지난 25일 촬영된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인근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5일 촬영된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인근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배달 노동자들이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희생된 동료를 추모하며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경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때 도로를 지나던 박씨가 갑자기 꺼진 땅속으로 추락했다. 사고 당시 그는 헬멧과 바이크 장화를 착용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박모씨는 수색 17시간 만인 지난 25일 오전 11시 22분경 싱크홀 발생 지점으로부터 약 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당시 박씨는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였다.

지인 등에 따르면 박씨는 운영하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3년 전부터 부업으로 배달 일을 시작했다. 사고 당일 그는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다가 퇴근한 뒤 저녁 배달 일을 위해 이동하던 도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배달 노동자들은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료를 추모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배달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전날 강동구 싱크홀 사고 현장 인근에서 사망한 라이더를 추모하는 ‘현장 추도식’을 진행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들은 하루에 10시간, 길게는 14시간 넘게 도로 위에서 일한다”며 “시간대와 날씨를 가리지 않고 장시간 도로에 노출되는 만큼 예기치 못한 사고나 도로 위 위험에 더 자주, 더 깊이 노출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터널 공사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사고 직전에도 여러 민원과 제보가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고인에 대해서는 “배달을 투잡(Two Job)으로 하며 주 7일 일한 데 이어 지역 라이더들과 카카오톡방을 운영하며 정보도 나누고 서로 챙기려 했던 분”이라며 “서로를 챙겨주는 사람 하나 연결되기 어려운 플랫폼 노동 현실에서 그런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은 “사고 전에 이미 위험 신호가 있었고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면 이번 죽음은 막을 수도 있었다”며 “관련 기관들이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위험 지역을 사전에 통제하거나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며 운전자들이 미리 위험 지역을 피할 수 있었다면 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의 원인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하며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또한 반복되는 지반 침하 사고에 대한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하며 이륜차 운전자와 보행자를 포함한 시민들이 위험한 도로를 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사전에 알리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고인의 발인은 오는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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