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분사·카카오VX 매각…비핵심 사업 정리 가속화
“경영 효율성 극대화 목적, 사업 재편 의지 분명한 것”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열린 경영 워크숍 ‘원 카카오 서밋(One Kakao Summit)’에서 정신아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열린 경영 워크숍 ‘원 카카오 서밋(One Kakao Summit)’에서 정신아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카카오가 김범수 창업자의 경영진 퇴진과 함께 비핵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전략을 공식화했다. 다만 다음 분사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불안 내부 갈등 해소와 AI 독자적 경쟁력 확보가 향후 핵심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주요 그룹사 임원들이 참석한 경영 워크숍 ‘원 카카오 서밋(One Kakao Summit)’을 개최하고 AI를 사업의 중추로 삼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카카오 정신아 의장은 이 자리에서 AI 대중화에 사활을 걸겠다고 공표했다. 정 의장은 “한정된 자원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국경 없는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일단 해보자’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며 “정확한 시장 이해에 기반한 명확한 방향 설정, 효율적이고 속도감 있는 투자 집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카카오는 AI 대중화를 위한 그룹의 3대 전략 방향으로 ▲자체 개발한 ‘카나나’부터 오픈AI의 GPT까지 다양한 언어모델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정책 ▲메시징·금융·모빌리티 등 그룹 내 핵심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에이전트 플랫폼 생태계 구축 ▲사용자의 일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심층 데이터 기반 확립 등을 명확히 제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한국은 대규모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에 있어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다”며 “전문 지식 데이터는 상당 부분 확보했으나 개인화 및 소셜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로 접근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확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AI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전략을 뚜렷이 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 13일 포털 다음(Daum)의 분사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총수의 ‘사법 리스크’로 한동안 지체됐던 계열사 정리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16개로 2023년 5월 147개에서 31개사가 감소했다. 불과 1년 10개월 만에 전체 계열사의 21%가 정리된 셈이다.

카카오가 지난 19일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스크린골프 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카카오VX와 그 종속 기업의 매각 계획을 확정하고 연내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보고서에는 2024년 12월 중 카카오VX 매각계획을 수립하고 2025년 중 이행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 ▲대형 신작 출시를 위한 투자 여력 확보 ▲신작 흥행 시 고정비 감소 효과에 따른 수익 레버리지 극대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가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핵심 게임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세나테크놀로지 매각을 완료했고, 카카오VX를 중단사업으로 명확히 분류함으로써 사업 재편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콘텐츠 CIC’ 분사매각 철회와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콘텐츠 CIC’ 분사매각 철회와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회사 권고사직과 구조조정 등으로 불거진 매각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카카오VX는 스크린 골프, 골프장 예약 등 핵심 사업만 남기고 기타 사업은 철수하면서 관련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이처럼 비핵심 사업 정리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불안 우려가 커지며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다음 분사 및 카카오VX 매각을 반대하며 제주 스페이스닷원과 경기 용인 카카오AI 캠퍼스 앞에서 각각 피켓 시위를 전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다음 분사 후 매각 계획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6일 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신아 대표는 다음 매각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분사 후 인력 재배치와 관련해 직원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대표는 “다음 분사는 결코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의 의향을 최대한 존중해 이동이 이뤄질 것이며 만약 모든 직원이 카카오 본사에 남기를 희망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AI 중심 전략 재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빠른 실행력과 기민한 대응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양대 강형구 교수는 카카오의 성공 DNA를 다시 한번 되살려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를 돌이켜보면 사실 완성도 측면에서는 결코 최고의 메신저 서비스가 아니었다”면서 “그럼에도 한국 시장을 석권한 것은 신속한 플랫폼 전략으로 선점 효과를 확보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며 급속히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I 시대에도 이 같은 퍼스트무버 전략과 과감한 실행력이 카카오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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