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레스홀리다·얼레지 지음 | 208쪽 | 140×205 | 도트북 | 1만7000원

△ 도서 <화양연화, 동네 목욕탕> 표지ⓒ도트북
△ 도서 <화양연화, 동네 목욕탕> 표지ⓒ도트북

목욕탕에서 마시지 않으면 왠지 서운한 음료가 있다. 바로 우유다. 속 깊은 우유의 맛을 알게 된 곳도 목욕탕이다. 지금이라면 이유 불문하고 생수에 먼저 손이 가겠지만, 유년기에는 깨끗한 신체를 위해 열성을 다하다 소진된 수분과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선택은, 오로지 우유였다. 빨대 꽂은 우유 없이 목욕탕 문을 나서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30쪽)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한 시대의 풍경이자 공동체의 정서가 깃든 공간인 동네 목욕탕의 따뜻한 기억을 담은 도서 <화양연화, 동네 목욕탕>이 출간됐다. 이 책은 동네 목욕탕이 단순한 세신의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조명한다.

목욕탕의 높은 굴뚝과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한때 동네의 상징이었으며, 목욕탕은 가족과 이웃이 모여 정을 나누던 사랑방이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목욕탕을 찾는 것은 일상이었고, 단골 손님들은 개인 목욕용품을 담은 색색의 플라스틱 바구니를 사물함에 두고 다니며 특별한 경험을 누렸다.  <화양연화, 동네 목욕탕>은 그런 일상의 단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러나 현대화된 찜질방과 스포츠센터의 등장,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동네 목욕탕은 점점 우리의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목욕탕은 취약계층을 위한 필수 시설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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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화양연화, 동네 목욕탕> 내지 이미지 ⓒ도트북

저자들은 다양한 세대의 목욕탕 이용자들과 운영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목욕탕에서의 경험과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세대에 따라 친숙하면서도 낯선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목욕탕과 물아일체 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과 현실의 기로 위에서 추억은 보존하되 형태는 바꿔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화양연화(花樣年華)에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으로 자연의 섭리를 체감하며, 전성기의 목욕탕으로부터 현재의 목욕탕까지 되짚어본다. 이를 통해 단순한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목욕탕을 다시금 조명한다.

이처럼 <화양연화, 동네 목욕탕>은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라져가는 문화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며 현재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책을 통해 잊혀져가는 동네 목욕탕의 소중한 기억을 되새기고, 그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공간이 돼버릴지도 모르는 동네 목욕탕, 이 책과 함께 그 따뜻한 온기를 다시 한번 느껴보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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