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빠른 배송 경쟁 속 휴일배송 ‘뉴노멀’
택배 노동자 근무 여건 개선 ‘미흡’...현장서 우려 지속

최근 주요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홈쇼핑, 패션·뷰티업계까지 빠른 배송 도입에 나서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최근 주요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홈쇼핑, 패션·뷰티업계까지 빠른 배송 도입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빠른 배송 서비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빠른 배송이 업계의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택배 노동자의 근무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을 필두로 네이버 쇼핑, 신세계 산하의 지마켓, SSG닷컴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당일 배송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NS홈쇼핑 역시 CJ대한통운의 매일 오네 서비스 도입을 통해 지난달 휴일 배송을 포함한 주 7일 배송을 시작했다.

패션 플랫폼들도 빠른 배송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그재그는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직진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매자가 자체적으로 택배사를 이용해 빠른 배송을 제공하는 스토어직진 서비스를 선보였다. 에이블리 역시 ‘오늘 출발’ 서비스를 통해 주문 당일 배송 출발을 보장하고 있다.

쿠팡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국내 유통업계 1위를 차지하면서 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픈서베이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7.3%가 쿠팡을 사용하는 이유로 ‘배송이 빨라서’라고 응답했다. 이에 경쟁 업체들도 빠른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휴일배송, 새벽배송은 이제 유통업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지며 생활 편의성을 높이고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빠른 배송 서비스 이용률도 크게 증가했다. CJ온스타일은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인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전체 물동량이 11.3% 증가했다. 지그재그도 지난해 빠른 배송 서비스 ‘직진배송’이 거래액이 전년보다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과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이 주 7일제 서비스 도입을 발표하자 노조 측에서는 업무 강도 증가와 근로 조건 악화를 우려했다. 이에 노사는 지난 1월 기본협약을 통해 택배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노사는 본 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협약은 △ 주7일 서비스 도입과 함께 주 5일제 확대 △ 근무 형태의 자율적 결정 △ 불이익 조치 금지 △ 휴일배송과 타 구역 배송에 대한 추가 수수료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현재까지 원청과 합의한 기본협약이 대체로 이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리점의 상황에 따라 기본협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대리점이 주 7일 배송 물량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서 현실적으로 협약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례이지만 일요일 근무를 거부한 노동자에게 계약 해지를 암시하며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보고됐다.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남희정 본부장은 “기본 협약의 내용들이 대체적으로 지켜지고 있지만 대리점에 따라서 노사 협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한 노동자도 있다. 일요일 근무를 거부하는 노동자가 계약 해지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휴일 배송 운영 시스템이 아직까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주말 근무 인력을 지원하거나, 휴일 근무자에게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노조 측에서는 대다수 택배 노동자가 이미 주 6일을 근무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휴일 하루만 근무할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휴일 근무 시 지급되는 수수료가 낮아 유인책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그러나 토요일과 비교해 일요일 물량이 현저히 적어, 휴일 근무를 해도 기대만큼의 수입을 얻기 어렵다. 결국 휴일 근무 시 수익성이 낮아지는 구조다.  CJ대한통운은 휴일 근무 시 추가 수수료 25% 인상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낮은 기본 수수료와 적은 물량으로 인해 실질적인 보상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 본부장은 “아직까지 근무 형태의 자율적 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일요일 근무를 위한 유인책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노조 측에는 주 5일 근무로의 전환을 통해 주말(토·일) 대체 근무자를 채용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지만 아직 그런 장치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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