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보당 김재연 대통령선거 후보
‘새로운 평등공화국’에 핵심 지향 담아
청년의 생각, 쉽게 단정해 판단 말아야
현 정세 가볍지 않아…급한 불부터 끄자
광장의 페미니스트 대통령 후보 되겠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청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응원봉과 남태령은 변화의 상징이 됐다. 반대편에서도 청년 보수가 부상하고 있다. 청년은 미래의 주역이 아닌 현재를 이끄는 중심이다. 이 흐름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일시적인 반짝 이벤트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386세대 이후 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오고 있는 미래가 아닌 시작점에 도착한 미래라는 뜻으로 이 기획의 제목을 ‘청년이 왔다’로 삼은 이유다. 수면에 던진 돌이 넓은 원 모양의 파동을 일으키듯 지금의 기록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빛날 것이라 기대한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진보당 김재연 대통령선거 후보는 45세의 나이로 더 이상 청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젊은 이미지로 기억한다. 김 후보는 학생운동을 거쳐 지난 2012년 32세의 나이에 국회에 입성했다. 청년정치인으로 활동한 기간이 그 이후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진보당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최근년간 김 후보의 활동을 보면 지난 2020년 진보당 제1기 상임대표를 맡았으며 2022년 3월 20대 대선에 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다시 진보당 제3기 상임대표에 취임했다.
진보당은 그동안 원외정당에서 3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정당이 됐다. 진보정당 중 유일한 원내정당이다. 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야권연대의 한 축으로 활동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견인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소속한 당의 간판으로서 자신의 성장과 당의 발전을 동시에 이끈 정치인이다. 청년정치인이 각 정당에 필요한 이유를 몸소 증명한 사례라 하겠다. 그가 지난 8일 본인으로서는 두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16일 김 후보를 만나 대선 출마의 변과 함께 청년정치에 대한 견해를 알아봤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의 퇴진을 이끈 범야권연대의 향후 진로와 사회대개혁의 방향도 들어봤다.
Q.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평등공화국’을 내걸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출마의 변을 말한다면.
이번 탄핵정국에서 청년세대는 이전과 달리 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을까. 그리고 극우세력이 주도하는 공간에도 의외로 청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이들은 왜 선동에 흔들렸을까. 이 두 가지 질문을 관통하는 대답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한 구조에 청년들이 직격탄을 맞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 젠더의 불평등, 지역의 불평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국제관계에서도 불평등한 지위에 있다. 청년들은 임시방편식 대책을 내놓는 것으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즉흥적인 대책을 넘어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전환의 국면에 다다랐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외친 수많은 국민은 탄핵 하나만 바라고 엄동설한에 광장에 나온 것이 아니다. 이다음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래서 슬로건을 ‘내란 청산, 빛의 연대로 새로운 평등공화국’으로 정했다. 이 말 안에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핵심적인 지향을 담았다.
Q.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까지 4개월여 동안 진보당 대표로 활약하면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진보당은 지난해 8월 윤석열 퇴진 광장을 열겠다는 당론을 결정했다. 박근혜정권에 이어 두 번 연속 탄핵이 되겠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윤석열정권 3년 동안 충분히 고통받았다고 봤다. 윤석열정권은 지난해 4월 총선으로 국정 기조를 변화시키라는 국민적 요구를 확인했는데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민의 손으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일 밤, 수많은 당원이 국회 앞에 모여 경찰, 그리고 계엄군과 싸웠다. 그날 밤은 정말 긴박했다.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국회에 진입했을 때 그 옆방이 진보당 대표실이었다. 게다가 그다음부터가 중요한 국면이 시작되기에 밤새 정신이 없었다.
이후의 4개월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진보당 대표로 이 광장을 어떻게 하면 더 크게 열어낼지에 모든 힘을 쏟았다. 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청년과 계속 결합하면서 활동한 진보정당이라는 정체성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원내외를 아우르는 넓은 광장의 연합을 만드는 것이었고 이 연합을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해내겠다는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킨 것 같다.
Q. 2030세대들이 광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광장문화를 만들었는데 어떻게 봤는가.
정치에 처음 입문했을 때에는 청년정치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이를 더 크게 열어놓겠다는 사명을 갖고 국회에 들어왔었다. 그런데 청년의 정치 참여라는 이 화두만 놓고 바라보더라도 많은 분이 넓은 시각으로 진득하게 바라봐 주지 않고 작은 현상들에 매몰돼 청년의 정치의식에 대해 예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너무 쉽게 청년의 생각을 단정 짓는 것은 청년의 정치 참여를 더 높이거나 청년이 정치에 대한 신뢰하게 하는 데 많은 장애를 조성한다. 청년이 정치 공간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정치의 주역이 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는데 기성정치가 그 통로를 좁히는 것은 잘못이라는 일관된 생각을 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부터 윤석열 퇴진 투쟁 광장을 열면서 집회에서 민중가요뿐 아니라 K-POP 메들리 등을 구호와 섞어서 시도를 해봤었다. 청년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하는 집회가 정권 퇴진까지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시도를 해보았고 청년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지만 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위기에 빠진 우리 정치와 사회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였다.
특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 12월 남태령이었다. 농민들이 트랙터를 끌고 왔었는데 그 많은 청년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막차 시간이 되면 청년들이 다 돌아갈 텐데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막차가 끊겨도 집에 가지 않고 밤새워 지켰다. 자유발언을 신청하는 줄이 줄어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이 광장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공간 아닌가. 나를 숨기지 않아도 보호받을 수 있고 내 생각이 지탄의 대상이 되거나 튕겨 나가지 않은 채 이 광장이 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에 영하의 날씨에도 그 밤을 새운 것 아니겠나. 그래서 이 세대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응원봉 민주주의’라고 명명해야 하지 않을까.
청년에 대해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들은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지키기 위해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온 것이다. 우리가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유도 결국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아닌가. 이 점을 청년들이 알려줬고 그래서 이 광장이 형형색색으로 물들 수 있었다고 본다.
Q. 청년세대가 광장에 나온 배경으로는 페미니즘의 성장을 꼽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여러 차별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공한 여성이 되면 이 차별을 뚫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10대 때부터 이는 구조적인 성차별이라는 점을 알 수밖에 없다.
결국, 구조적 성차별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면 ‘정치’라는 답이 나온다. 그런데 정치로 성차별을 바꿔야 할 힘이 있는 정치세력들이 유독 성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퇴행적이거나 미온적이어서 여기에 대한 분노가 엄청 났고 이를 표출할 수 있었던 공간이 이번 광장이 아니었나 싶다.
예를 들어 동덕여대 학생들이 지난해 11월에 시위했을 때만 해도 학교 바깥에서 많은 연대가 있었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연대가 쉽게 퍼지지 않았었다. 다음달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학생들이 집회를 열었을 때도 집회 주변을 지나가면서 조롱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음이 아팠다. 왜 자신의 권리를 말하는 건데 그것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조롱의 대상이 될까 걱정해야 한다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럴 수 있는지 고민이 됐다.
그런데 올해 들면서 광장 안에서도 점차 페미니즘 이슈들이 힘을 받고 있다. 그다음부터는 동덕여대 학생들의 집회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외부 연대에도 적극적이고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보다 자신 있게 집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광장이 단지 탄핵이라는 주장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20대 여성들이 그동안 억눌려져 있었던 얘기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Q. SNS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어떤 특징과 장점이 있던가.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보통 세 가지를 검색한다. 네이버, 유튜브, 그리고 X(구 트위터)다. X는 기존 매체에서 보기 힘든 얘기들이 많고 매체에서 걸러지지 않은 생생한 주장이 많다. 특히 속보성 소식이 통신사보다 더 빠르다.
예를 들어 밤 11시에 농성하던 노동자들이 천막을 치려고 하다가 경찰에게 제지를 당했다는 소식이 X에 뜨면 그 현장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가보면 벌써 ‘말벌’ 동지들이라고 불리는 시민들이 경찰을 막고 있다.
그리고 X는 작은 소식이 빠르게 리트윗으로 확산된다. 한강진 인근에서 신부님이 응원봉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 조회 수가 100만이 넘게 나왔다. 이게 X의 매력이다.
다만 짧은 글로 표현이 되다 보니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이른바 사이버 불링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극복해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정치인으로서 많은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Q. 진보당은 이번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는데 이전과 비교해 2030세대들과의 접점이 늘어났는지 궁금하다.
진보당은 당내에 청년진보당이라는 조직을 통해 청년세대의 정치 참여 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아직 불이 붙으려면 더 힘써야 한다고 본다. 이번 광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소통과 정치의 내용을 더 채워나가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여성의 날을 맞아 페미니스트 명예 보좌관을 모집하기도 했다. 그래서 청년이 생각하는 페미니스트 공약에 대해 소통을 했는데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내용이 많았다. 진보당 대학생위원회는 서부지법 사태 이후 폭력을 선동하는 세력들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등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치가 아래로부터의 요구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늘 머리로 생각하고 있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는지를 이번 광장이 많이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하면 청년이 좋아하겠지 식으로 쉽게 판단해서도 안 된다. 청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치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어떤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하겠다.
청년들과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정치적 효능감도 더 경험하도록 하고 더 많은 청년이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겸손한 자세로 더 노력하겠다.
Q. 사회대개혁의 방향에 대해 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대개혁 방향은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해야 한다고 보는가.
펑등 공화국이라는 슬로건 안에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에 맞설 수 있는 개혁의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사회대개혁은 정권만 교체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2017년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정부 당시에 여러 개혁 과제들이 있었지만 실망을 안겼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 교훈을 되짚어봐야 한다.
새 정부가 개혁적 조치를 중단없이 추진하려면 이를 추동할 수 있도록 광장에 모인 힘이 지속됐어야 했다. 그 교훈에 비춰 이번에 형성된 ‘광장 연합’은 내란종식과 사회대개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계속 가져가야 한다. 그 두 과제가 끝날 때까지 광장의 연합은 계속된다는 것이 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강조하는 바다.
Q. 일각에서는 정권교체에 성공해도 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전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회대개혁이 잘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수많은 시민과 광장 연합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강진에서 집회를 하는 동안, 한 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 노동자는 문재인정부 당시를 비교하면서 정권이 교체된 뒤에 민주노총이 또 파업을 하거나 집회를 열어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구나하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 발언이 X에서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올렸다.
민주노총은 박근혜정권 퇴진 투쟁에 가장 앞장섰고 전농은 그때에도 트랙터를 몰고 상경 투쟁을 했었다. 그런데도 문재인정부로 넘어오면서 노동자와 농민의 목소리가 지워지며 큰 상처가 됐다. 결국, 개혁은 실현되지 못한 채 실망과 불신만 남겨둔 채로 정부가 마감해야 했다. 그 결과가 윤석열정권의 탄생이었다. 이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퇴진투쟁을 만들 때부터 수많은 고민을 했다.
비상행동은 12개 분야에서 118개 개혁과제를 추려냈다. 이는 지난 2016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이다. 또, 각 정당이 모인 원탁회의에서 결선투표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의 정치개혁 과제들을 통해 다당제로의 정치지형 변화를 만들겠다는 약속과 사회대개혁 등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물론 이를 정리해서 선언하는 것과 실제 실현까지 간극이 있지만 8년 전에는 이조차 없었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저절로 누가 해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사회대개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믿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8년 전과 달리 지금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이 내란 세력과 싸움뿐 아니라 사회대개혁을 이뤄달라는 뜨거운 요구가 있음을 알고 있다.
양곡관리법은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인데 이 법안이 광장에서 지금처럼 유명해질 줄은 몰랐다. 그 에너지, 그 민심을 믿어야 한다.
Q. 비관적인 전망이 있는 이유에는 개헌 문제가 있다. 개헌 논의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역시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가 개헌안을 냈는데도 왜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폐기됐는지를 살펴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촛불정부가 해야 할 개혁과제를 개헌에 담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있었으나 촛불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개헌 요구에 대해 목소리를 모으지 못했다. 그리고 박근혜가 파면된 뒤에 광장이 닫혀버렸다.
그래서 대통령 차원에서 개헌안을 마련했지만 개헌할 힘이 모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아래로부터의 개헌 동력이 있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진보당은 국민 참여 개헌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개헌절차법을 통과시켜 국민 참여 개헌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그 안에서 개헌에 무엇이 담겨야 하는지 국민과 함께 토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오는 2026년까지는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지방선거에서 동시 투표로 개헌을 통과시키는 것이 지금 생각하는 로드맵이다.
단지 국회 안에서 정치세력끼리 모여 개헌을 논의한다면 국민이 보기에 권력 나눠먹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여길 것이다. 진보당의 과제는 개헌의 주체가 국회에 머물지 않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Q. 지금의 범야권 간 연대가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까.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어도 작동할 수 있을까 싶은데.
정세의 시점에 따라 정치적 기조는 그때 다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내란종식 민주헌정 수호연대는 내란종식의 시점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와 내란이 가진 무게에 대한 판단을 해보면 당분간은 연대가 지속해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의 연대는 당시 내란세력의 힘을 조기에 제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굉장히 긴박하고 절박한 정세 인식에서 나왔다. 우선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내란세력이 국민의 투표에 따라 주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현재 가장 빠른 선거가 이번 대선과 2026년 지방선거다.
이번 대선에서 완벽한 심판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대선 직후부터 곧바로 사회대개혁 과제를 중심으로만 연대를 형성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내란세력이 대선 이후에도 계속 준동한다면 연대의 끈을 쉽게 놓을 수는 없지 않겠나 싶다. 그것도 그때 다시 판단할 문제지만 지금은 그렇게 예상된다.
내란세력을 제압하는 것은 눈앞의 집이 불타고 있으니 빨리 불을 끈다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불을 끈 뒤에 더 이상 방화범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집에서 어떻게 우리의 공간을 더 넓게 구축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도 열린다고도 볼 수 있다. 정치지형의 변화에서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세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 2017년과 지금은 많은 것들이 다르다. 2017년은 내란은 아니었다. 지금은 내란세력이 파면 이후에도 계속 준동하고 있다. 남은 기간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이 정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25년 동안 진보정당은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3년전 대선 출마 선언 당시에 출마선언문의 상당 부분을 여기에 할애했다. 기득권 양당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선거의 주된 기조였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지금은 눈 앞에 불을 끄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쉼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8년 전에는 진보당이 없었다. 진보당은 2017년 10월에 창당했다. 우리처럼 연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진보정치세력이 의회와 광장에서 활동하는 조건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국민이 대통령을 끌어내린 항쟁의 결과물을 소수만 그 과실을 가져간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 역사 앞에서 우리 같은 진보정당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왔고 이번 응원봉 광장에서의 항쟁을 더없이 중요한 기회라고 본다. 항쟁의 성과물을 새로운 정권을 잡는 일부 정치세력이 독식하게 두지 말고 항쟁에 참여한 모든 시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 그것이 진보당이 해야 할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Q. 대선 공약 중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대선 후보로서 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높여야 하는 과제도 있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을 먼저 얘기하고 싶다. 현재 국민의 변화된 평등에 대한 인식이 이 법안에 담겨 있다. 지금의 양상을 보면 차별과 혐오를 먹고 세력을 키우는 존재들이 분명히 있다. 이번 내란에서도 혐오와 선동으로 거리를 물들여 우리 사회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가져온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인간이면 누구나 이 공동체 안에서 평등하고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한다.
양당 구조에서 이번 대선도 지난 대선 못지않게 언제든지 박빙 구도로 흐를 수 있다. 그런 구도 속에서 진보정당 후보의 목소리를 이 틈바구니 안에서 넓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맞다.
그런데도 진보당 김재연의 목소리가 이 공간에 없다면 페미니스트 대통령,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 대통령, 노동자들의 서러움을 뚫고 나아가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가 없다는 점에 많은 국민이 불안해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선거에서도 또 어쩔 수 없이 내가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고 나쁜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선거를 해야 한다면 우울한 상황이다.
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진보정당은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왔다. 우리는 ‘헌신’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일반적으로 1을 해도 10을 한 것처럼 알리는 게 정치인데 그것이 얼마나 얄팍한 정치적 셈인지 많이 느꼈다. 진보정치 운동을 계속한 사람으로서 진보정치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역사적 과제 앞에 자신을 내려놓고 헌신해야 할 때도 있고, 우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보다 국민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민심에 따라 우선순위를 지정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진보정치에 대한 오해도 넘어서고 진보정치에 대한 더 큰 신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광장에서 우리가 만든 시간이 바로 그 헌신과 신뢰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진보당과 김재연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종북세력이라는 매도도 오랫동안 받았다. 또, 진보정치는 협소하고 경직돼 있을 거란 생각도 하고 여러 이미지가 있을 건데 지난 광장에서 이를 뛰어넘는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 여기에 대한 보답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선 공간에서 내란세력 청산을 위해 더 큰 연합을 만드는 것을 실천에 옮기고자 앞장서서 행동할 것이다. 나아가 좁은 틈바구니이지만 이 선거에서 진보적인 정책과 담론이 울려 퍼질 수 있는 공간이 되게끔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서 공간을 넓혀내는 일도 할 것이다.
Q. 청년정치인으로 활동한 기간이 길고 이번 대선의 본선에서는 원내정당에서 출마한 유일한 여성 후보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에 임하는 각오를 말한다면.
청년은 이미 우리 정치의 현재다. 굳이 이를 축소해서 청년은 더 성장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낡은 시선인지 이번 광장이 다시 한번 알려줬다. 진보당이 청년이 직접 정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단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가둘 것이 아니라 저의 정치적 정체성을 페미니스트 정치인,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 키워가고 싶다. 언제까지 정치가 구조적 성차별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함에 빠져 있을 것인가. 이를 넘어서기 위해 누군가가 용기를 내야 한다면 그 용기의 첫발을 꼭 내디디고 싶다. 수많은 광장의 시민이 응원을 보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획: [청년정책], [탈서울 인지방], [2023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좋은주택 만들기], [건설산업 선진화], [농민권리를 외치다]
좌우명: 지난이진(知难而进)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