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입양의 날’이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이 날은 한 아이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인생의 전환점을 기념하는 날이다.
‘5월 11일’이라는 날짜는 ‘한(1) 가정에 한(1) 아이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짧은 숫자 조합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우리 사회가 입양을 어떻게 바라보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입양은 상처 입은 삶에 새살을 입히는 일이다. 아이에게는 보호와 사랑이라는 삶의 기반이 되고, 가정에게는 존재를 키우는 축복이 된다. 입양가족은 낯선 존재가 아닌 생의 반려자로 서로를 받아들이며 ‘함께’의 가치를 실천한다. 이처럼 입양은 가장 인간적인 형태의 연결이며,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 전국 입양기관 관계자들이 함께한 ‘입양의 날 20주년’ 기념행사는 그러한 가치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올해는 입양제도 개선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오는 7월 19일부터, 정부는 입양 관련 정보공개청구와 기록관리 등의 주요 업무를 민간기관이 아닌 아동권리보장원이 수행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헤이그 국제입양협약에 따라 보다 투명하고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보관 중인 약 25만 건의 입양기록이 국가기관으로 이관된다.
하지만 이 기록을 보관할 입양기록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는 현재 임시기록관을 확보하여 이관을 준비 중이지만, 정작 중요한 영구 보존 시설 건립 예산(약 200~300억원)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양기록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는 단순한 행정 차원의 이슈가 아니라, 인권과 기억을 지키는 국가적 과제다.
입양기록은 한 사람의 뿌리이자 자아를 구성하는 중요한 증거다. 출생지, 친생부모, 위탁기관, 보호과정 등 모든 정보는 입양인 당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열쇠가 바로 이 기록이다.
그러나 현재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이 소중한 기록들이 장기적으로 임시 공간에 머물게 될 경우, 물리적 훼손, 화재, 습기, 정보 유실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입양인의 두 번째 상실을 의미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입양을 권장한다. 그렇다면 그 아이의 과거도 정중히 보존해야 한다.
입양기록관 건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국가가 입양인에게 보내는 신뢰의 증표이며, “당신의 삶은 가치 있고 기억할 만한 존재”라는 사회의 선언이다. 단지 예산의 논리를 넘어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양의 날 20주년을 맞아 단지 축하에 머무르지 않고, 입양을 완성하는 마무리 작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이 중요한 과제를 직시하고 ‘기억을 지키는 입양’이 가능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입양은 사랑의 시작이자, 책임의 완성이다. 이제는 그 사랑을 오래도록 지켜줄 제도와 시설이 필요하다. 입양기록관이 하루빨리 건립돼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품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