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시나요? ‘클래식 人사이드’는 클래식의 진정한 매력을 전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연주자들을 만나는 특별한 코너입니다.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 뒤에 숨겨진 음악가들의 진솔한 이야기, 그들이 음악과 맺은 특별한 인연, 그리고 클래식을 사랑하게 된 계기까지.  각자의 악기와 함께 걸어온 독특한 여정을 통해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채로운 감정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친근함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클래식 人사이드’의 목표입니다. 특히 ‘CLASSIC’의 각 문자를 키워드로 한 7가지 질문(Connection-Life-Audience-Soul-Story-Innovation-Catharsis)을 통해 음악가들의 내면과 철학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클래식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든 이들에게 음악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여섯 살에 첼로를 만나 평생의 동반자로 삼은 첼리스트 홍승아. 현대 첼로와 바로크 첼로를 아우르며 300년 전 음악의 숨결을 현재로 전하는 그에게 음악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삶의 나침반이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멤버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무대에서 깊이 있는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그는, 특히 풍부하고 독창적인 음악적 해석과 뛰어난 기교로 주목받고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나누는 무언의 대화, 거트 현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음색, 그리고 매 순간 진정성을 담으려는 연주 철학까지. 오는 8월 예술의전당 무대를 앞둔 홍승아가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열정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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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홍승아 [사진제공=본인]

Connection (연결)
간단한 자기소개와 클래식 음악과의 첫 연결 지점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첼리스트 홍승아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음악이 늘 곁에 있는 환경에서 자랐어요. 부모님 두 분 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으셨고, 자연스럽게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친근함을 느꼈습니다. 여섯 살 때 처음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사실 재미있는 취미처럼 시작했어요. 커다란 악기를 제 키만큼 끌어안고 연주하는 모습이 어린 저에겐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죠. 그렇게 첼로는 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이 단순한 취미가 아닌 저의 정체성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 첫 연결 지점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셈이죠.

Life (삶)

클래식 음악은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클래식 음악은 제 삶의 중심에서 저를 이끌어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입니다. 흔히 ‘삶의 전부’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저에게 클래식 음악은 제 존재를 지탱해주는 큰 축이자, 삶의 다른 영역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저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일부라고 말하고 싶어요. 음악은 저를 계속해서 성장하게 만듭니다. 악보 속의 수많은 음표들을 해석하고, 그것을 어떻게 소리로 풀어낼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인간적인 성숙함도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서, 음악은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키려는 끊임없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 지난 4월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에서 북체코필하모닉과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1번을 협연한 첼리스트 홍승아

Audience (관객)
무대에서 연주 중 관객과의 교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그런 순간이야말로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해요. 연주를 하다 보면, 관객분들이 제 연주에 몰입해주시는 그 특별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마치 공연장 전체의 공기가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집중의 에너지가 무대와 객석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묘한 공명을 만들어내죠. 저는 MBTI 성향이 ‘T’라서 평소에는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편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F’처럼 감정이 깊이 움직여요. 연주자가 혼신을 다해 음악을 전달할 때 관객분들도 그 진심을 느껴주시고, 서로 간에 말 없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듯한 감정의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그게 바로 제가 무대에 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Soul (영혼)

연주할 때 가장 영혼을 담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음악적 신념이 있다면요.

모든 연주는 결국 그 순간의 진심과 몰입으로 완성된다고 믿어요. 저는 항상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다짐을 하며 무대에 섭니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익숙해진 곡일지라도, 무대 위에서는 매번 새로운 감정과 해석으로 임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그날의 컨디션, 관객, 공간의 울림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제 손끝에서 나오는 소리는 결국 저라는 사람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프레이징과 섬세한 음색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제 음악적 신념은 ‘진정성’입니다. 단순히 기술적인 완벽함을 넘어, 음악을 통해 제 진심이 전달되기를 언제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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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홍승아 [사진제공=본인]

Story(이야기) 

클래식과 얽힌 인상 깊은 이야기나 전환점이 있었나요.

제게는 류트 연주자이자 바로크 음악 전문가인 나이젤 노스(Nigel North) 선생님과의 만남이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저는 현대 첼로뿐 아니라 고음악, 즉 바로크 첼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이젤 선생님과의 수업을 통해 그동안 막연히 궁금해하던 이론과 해석에 대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바로크 시대의 음향 미학, 역사적 연주 관습, 악보 해석 등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됐죠. 그 시기에는 정말 밤낮없이 음악을 공부하고 탐구했는데, 그 시간이 지금의 저를 형성하는 데 큰 토대가 돼주었습니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힘들기도 했지만, 저에겐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Innovation(혁신)

클래식 음악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새로운 방향이 있을까요.

저는 클래식 음악이 가진 본질과 전통을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음악은 항상 시대와 함께 숨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의 발전과 관객층의 변화 속에서 클래식 음악도 관객과의 소통 방식을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바로크 첼로의 매력을 보다 많은 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역사적인 배경이나 악기 특성, 작곡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주를 진행하는 등 해설이 있는 콘서트 형식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어요. 본질을 지키되 접근성은 열어두는 것, 그 균형을 찾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혁신의 방향입니다.

Catharsis(카타르시스)

청년이나 비전공자에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더불어 예정된 공연도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 알고 보면 참 흥미롭고 매혹적인 세계입니다. 제가 연주하는 바로크 첼로만 해도 현대의 스틸 현이 아닌 양의 창자로 만든 거트 현을 쓰거든요. ‘동물의 창자로 만든 현의 소리’라는 표현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흥미를 느끼시더라고요. 이런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섬세하고 따뜻한 음색은 현대 악기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다가오는 8월 10일 일요일 저녁 7시에는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무대에서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리나 투르 보네트(Lina Tur Bonet), 하프시코드 연주자 아렌트 흐로스펠트(Arend Grosfeld) 선생님과 함께 바로크 첼로 무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대 악기의 조상 격인 바로크 악기로 300년 전으로의 음악적 시간여행을 떠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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