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생에너지·해상 송전망 추진
김문수, 원전 60% 확대·전기료 인하
이준석, 탈원전 비판·과학 기반 강조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제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에너지 정책이 선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원전 확대를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을 내세웠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탈원전 기조를 비판하며 과학 기반의 에너지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재된 대선 후보 공약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 중 하나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위기 대응을 제시했다. 그는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을 통해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는 전국을 연결하는 해상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서해안 20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을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고, 호남과 영남, 동해안 해상풍력까지 연결하는 전국적 전력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고, 농가 태양광 설치 확대, 이격거리 규제 완화, PPA(재생에너지 전력 직접구매) 제도 개선, RE100 산업단지 확산 등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햇빛·바람 연금’을 통해 재생에너지 수익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농어촌 경제 활성화와 분산형 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열린 TV토론에서도 “전 세계 에너지 흐름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빠르게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남해안, 농어촌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대규모로 육성하고, 전남 일대의 송전망 부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원전 비중 확대에 방점을 둔 공약을 내놓았다. 기존 대형 원전 6기의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SMR(소형모듈원전) 상용화를 앞당겨 전체 원전 비중을 현재 32.5%에서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대형 원전 35%, SMR 25%를 각각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됐다.
김 후보는 이와 함께 ‘에너지 도로망’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반값 전기료’ 공약도 내세웠다. 이는 에너지 생산 단가를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며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다”며 “가스발전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수십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폭염, 에어컨 사용 증가, AI 산업 확산 등으로 전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자력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원”이라며 “국가 에너지 전략의 중심은 원전이어야 하며, 재생에너지는 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에 에너지 정책을 포함시키진 않았지만, 공개 발언을 통해 원전 중심의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특히 TV토론에서 “서남해안 해상풍력의 균등화 발전 단가는 ㎾당 300원인데 반해 원전은 50~60원 수준”이라며 경제성을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재생에너지 확대 방침을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각 후보의 에너지 공약이 각각의 방향성과 철학은 분명히 드러나 있지만, 현실적인 실행력과 국가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원전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보다는, 공급 안정성·기술 성숙도·산업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균형 잡힌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한 방향이지만, 현재 전력 수급과 기술 여건을 고려하면 원전을 완전히 배제한 에너지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에너지 안보와 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으로도 원전을 제외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원전이 담당할 역할을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중요한 방향인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간 내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당하기에는 기술적·경제적 제약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원전이 일정 수준 이상 역할을 해야 하는 조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각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따져 균형 있게 접근하는 것이 정책 설계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에너지 전환 방향성은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빠진 점은 아쉽다”며 “이재명 후보가 추구하는 AI나 반도체 같은 고전력 산업을 감안하면, 비용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원전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김문수 후보의 계획은 에너지 구조의 과도한 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전 사례에서 보듯, 특정 에너지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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