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영업에 큰 영향을 줄 것”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 시중은행 ATM기계가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 시중은행 ATM기계가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은행권의 수익구조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전 금융권에 대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본격 시행됐을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도 6억원으로 제한되는 등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잇따라 도입되면서다.

4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수도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1.50%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서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 등 사실상 모든 업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 대출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방은 예외적으로 연말까지 0.75%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6월 27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했다. 서울 아파트의 약 74%가 이번 한도 제한과 대출 심사 강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주택 구입 후 6개월 내 실거주 의무, 추가 주택 구입 대출 제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LTV 축소, 가계대출 총량 목표 하향 등도 함께 시행되며 대출 문턱은 역대급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전례없는 초강력 규제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7일 금융위 신진창 금융정책국장은 “명목 성장률이 1%포인트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 총량 목표를 50% 수준으로 감축하면 연간 기준으로 약 20조원을 줄이는 수준이 된다”며 “올해 하반기로는 10조원 정도 줄며, 규제가 더 반영되면 더 많이 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4대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성장률이 기존 3~5%에서 0.5~1%포인트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흔들리면서, 은행들은 자산관리·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확대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34조3654억원로 집계됐으며 전체 은행 총 영업이익 37조1335억원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3%에 달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겹치며, 은행권의 영업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이자마진이 줄어들고, 경기 둔화로 대출 수요 자체도 위축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에서 줄어드는 수익을 기업대출 확대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으로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은행권 대출 자산은 가계와 기업 비중이 1대1에 가까워,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실적 타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은 대출자산 중 90% 이상이 가계대출로 구성돼 시중은행보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목표치를 준수하면서 여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건전성 관리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DSR 3단계와 가계부채 총량 규제 등으로 은행권의 이자이익 기반이 흔들리면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금융권의 수익구조 다변화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은행권의 실적 개선세가 꺾이고, 영업환경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은행권 영업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일반대출도 많이 줄어들 테니까 기업도 대출보다는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하는 식으로 나가게 되면 수입에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있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한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영업에는 영향이 있을 것 같지만 상황을 더 봐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주요지역 외에도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수도 있고 꼭 가계대출이 아니더라도 기업대출 같은 부분으로도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은행들이 그런 쪽으로 확장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반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대출 총량이 이미 늘어나 있는 상태”라면서 “증가율을 0%로 가지고 가는 거기 때문에 수익은 그대로 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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