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내달 1일로 연기…반도체·가전 업계 긴장
“미국 내 투자 유도하려는 의도…민관 협의 시급”

미국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들어 보이며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들어 보이며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기한을 당초 9일에서 내달 1일로 연장하면서 관세 부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에 품목별 관세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가전 업계는 수출 경쟁력 약화와 투자 위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발 관세 우려와 글로벌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2분기 실적에서 모두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LG전자의 2분기 매출은 20조7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391억원으로 46.6%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은 74조원,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6.49%, 31.24% 줄었다.

업계는 이 같은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 위축 외에도 미국의 기본관세 10% 부과 등 대외 변수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적용된 미국의 보편관세 조치와 최대 50% 철강 파생 관세가 냉장고 등 일부 품목에 부과되기 시작하며 실적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확대가 글로벌 수요 위축과 맞물리면서 주가 및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정부와 협조해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글로벌 제조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즉각 대응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문신학 제1차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 관세 조치 통보 관련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 문신학 제1차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 관세 조치 통보 관련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상호관세 연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각국에 대해 25%의 관세율을 책정한 이후 한 차례 유예 조치를 연장한 것이다.

한국에는 지난 4월 2일 25%의 상호관세율이 고지됐으나 일주일 뒤인 9일 트럼프 정부는 기본관세 10%만 남기고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유예기간이 이날 오후 1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이번에 다시 8월 1일까지 3주간 연장된 것이다.

정부는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내달로 늦춘 미국 측의 결정에 따라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품목별 세부 관세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핵심 산업군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경제와 외교안보 라인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공백기와 협상 지연으로 실제 성과 도출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이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엔 한계가 있다”며 “정부 협상이 마무리된 뒤 정책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관세 이슈까지 겹칠 경우 기업들의 신규 투자나 생산 확대 계획이 상당 기간 보류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산업 전반에 걸친 타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이종환 교수는 “미국의 관세 부과 심리는 자국 패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정부는 전담 콘트롤타워를 신속히 구성해 민관 협의를 통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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