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괴롭힘 사건이 담긴 영상 일부분. [사진제공=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괴롭힘 사건이 담긴 영상 일부분. [사진제공=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노동당국이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기획감독에 착수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24일 외국인 노동자가 노동권을 위협받는 사태가 발생한 전라남도 나주 소재 벽돌 제조 사업장에 대한 기획감독을 착수한다고 밝혔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나주에 있는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스리랑카 국적의 A씨는 이달 초 동료 노동자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다.

단체가 확보한 영상을 살펴보면 A씨는 투명 비닐로 칭칭 감긴 채 벽돌 더미와 함께 지게차에 실려 있었고 이를 본 동료 노동자들은 웃으며 휴대전화로 그 장면을 촬영했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허공에 매달린 채 옴짝달싹 못 하는 A씨를 향해 “잘못했냐”고 질문하거나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반복적인 집단 괴롭힘에 결국 A씨는 노동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해당 공장에서는 A씨를 비롯해 20여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이날 ‘전라남도 나주의 벽돌공장에서 벌어진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한 명의 노동자가 겪고 있는 이 끔찍한 인권유린은 단지 ‘우발적 일탈’이 아니다”며 “이는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나주 벽돌공장 인권유린으로 충격받은 피해 노동자의 정신적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지자체와 노동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심리·법률·의료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폭행,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은 물론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한 감독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여전히 일부 노동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가혹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만큼 노동당국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 여건이 열악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관의 제보, 과거 신고 사건 이력 분석 등을 통해 추가적인 사업장 기획 감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며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고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외국인 고용사업장에 대한 선제적 예방 감독도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SNS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며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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