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발전소 하청노동자 연쇄 사망 규탄 기자회견
“정부가 사용자... 허무한 말뿐 책임 없어”
김용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 12명 사망
“진상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태안화력 故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3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발전소 하청 노동자 연쇄 사망에 따른 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태안화력 故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3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발전소 하청 노동자 연쇄 사망에 따른 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한채연 기자】발전소 하청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용자인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안화력 고(故)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3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발전소 하청 노동자 연쇄 사망에 따른 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발전소 사망 노동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돈보다 생명이다, 외주화를 멈춰라” 구호를 외치며 시작됐다.

영정사진 속 노동자들은 모두 정부가 운영하는 발전자회사의 하청노동자들이었다.

김용균재단 이태의 운영위원은 “대통령은 기업에 산재를 엄벌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정작 정부가 사용자인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당장 정부 책임부터 이행하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가 죽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2월 고 김용균씨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고 이후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다. 하지만 지난 6월 또다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충현씨가 선반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고 김충현씨 사고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8일에는 동해화력발전소에서 비계 해체작업 중 3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고 김용균씨 이후 발전소 하청노동자가 사망한 건 이번이 열두 번째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연쇄 사망에 따른 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3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발전소 하청 노동자 연쇄 사망에 따른 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3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투데이신문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발언도 이어졌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은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은 원청이 공모한 구조적 타살”이라며 “노동자들이 죽어나간 현장은 모두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안전교육은 형식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안과 동해에서 일어난 죽음은 결코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다”며 공기업의 외주화 시스템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고 김충현 사망 이후 발전소 전체의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고용·안전 협의체를 구성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이재명 정부는 가족과 동료를 잃은 이들에게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대책위 박정훈 집행위원장도 “사고가 날 때마다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근로감독을 벌이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죽음을 멈출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대책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이들은 △고용·안전 협의체 구성 △15개 발전소에 대한 기획 감독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 종료 후 참가자들은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을 이어가고자 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혀 1시간가량 항의 연좌농성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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