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산업 분야에 20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 조성
“2주 뒤 발표될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예의주시”

김정관(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관(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미국과 한국 간 통상협상이 15% 관세로 타결된 가운데 미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언급했다. 업계는 이를 수출 불확실성 해소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회를 바탕으로 HBM 기술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 실질적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면담한 후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최종 합의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같은 날 오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반도체, 의약품 등 향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으로 양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핵심 광물 등 전략 산업 분야에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조성하고 해당 산업에 투자와 대출, 대출보증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예정됐던 반도체 관련 관세 부과에 대해 우호적 대우를 보장받음으로써 향후 업계 리스크를 일정 부분 제거했다는 평가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반도체 관세가 2주 안에 발표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합의를 통해 한국이 이들 품목에 대해 불리한 조건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협상 결과를 수출 불확실성 해소와 공정한 글로벌 경쟁 환경 조성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국가 핵심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구윤철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뉴시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구윤철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같은 날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해 수출 불확실성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8월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사 대상에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PC·모니터 등 완제품이 포함된 만큼,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해 비즈니스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전체 수출의 약 19%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리핑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세부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는 남아 있지만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글로벌 통상 환경의 구조적 변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관세 협상 발표 직후 한국경제인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한미 통상협상 타결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주요국과 동등하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양국 간 산업협력 펀드는 반도체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경제계는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동하는 상황일수록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실제 현장 적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단국대 공과대학 구법모 교수는 “한국이 보유한 HBM(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은 AI 반도체의 핵심 요소로서 글로벌 경쟁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며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AI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키워드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