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재킹>, <빅토리>, <청담국제고등학교 2> 배우 염지영

거절이 익숙한 신인 배우, 타이밍의 문제라 생각하며 수긍해
롤모델은 김지영 교수...호탕한 성격과 연기 열정 닮고 싶어
소년 같은 얼굴 강점,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못 알아보기도
디딤돌 같은 ‘청년플러스포럼’, 앞으로 좋은 영향력 펼치고파

투데이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는 염지영 배우.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는 염지영 배우.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배우가 되는 방법 중 사람들이 흔하게 떠올리는 것은 ‘길거리 캐스팅’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대부분 오디션과 셀프테이프 등을 통해 배우의 문을 두드린다. 

그 통념에서 살짝 비켜선 사람이 바로 신인 배우 염지영이다. 그의 꿈의 출발점은 카메라 앞이 아닌 운동장이었다. 운동인의 기본 소양인 성실함을 배우라는 직업에 옮겨와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쌓아 온 그는 촉망받는 운동선수가 아닌 신인 배우 염지영으로서 또다른 꿈을 펼친다.

염지영 배우와의 인연은 ‘청년플러스포럼’에서 시작됐다. 청년문제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밝은 이미지의 청년을 대표하고자 홍보대사로 선 염지영 배우의 첫 인상은 ‘배우 같지 않음’이었다. 몇 마디 건넨 말과 행동에서도 배려와 특유의 털털함이 돋보이는 염지영 배우는 포럼이라는 어찌보면 무거운 공간에서도 씩씩함을 내비쳤다. 운동과 연기, 어찌 보면 큰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영역의 간극을 뛰어넘은 염지영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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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영 배우. [사진=본인제공]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염지영이라고 한다. <하이재킹>, <빅토리>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청담국제고등학교 2>에 등장하기도 했다. 

Q. 최근 청년플러스포럼의 청년 대표로서 홍보대사에 발탁됐다. 짧게 소감 전한다면.

‘청년플러스포럼’이 내게 첫걸음을 뗄 디딤돌이 된 느낌이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인 배우로서 선택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알아봐 주시고 홍보대사로 나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청년’, ‘기후’ 등 다루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 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Q. 요즘은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나.

<청담국제고등학교 2>에서 주인공의 홍비서 역으로 등장했다. 원래 이 역할은 30대 중후반으로 설정됐지만, 내가 캐스팅되면서 일부 설정과 내용이 조정됐다. <청담국제고등학교 2>는 전작인 영화 <빅토리>를 관심 있게 본 캐스팅 담당자님이 먼저 연락을 주시며 인연이 닿은 작품이다. 단역은 보통 오디션 없이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인물은 비중이 있어 오디션을 거쳐 참여하게 됐다. 사실 시즌 1 오디션에서는 탈락했지만, 이번 시즌에 함께하게 되면서 그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어 다행이다.

드라마 &lt;청담국제고등학교 2&gt; 속 홍비석 역을 맡은 염지영 배우. [사진=본인제공]
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 2> 속 홍비석 역을 맡은 염지영 배우. [사진=본인제공]

Q. <청담국제고등학교 2>에서 첫 악역을 맡았는데. 연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연기 시작하고 첫 악역이었다. 주인공을 배신하는 역할인데 굉장히 복잡한 서사를 가지고 있어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 관계성과 감정 등을 표현해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려야 하다 보니 고민이 매우 많았다. 그래도 연기를 본 분들이 SNS에 “연기 잘 한다”, “어떻게 배신하냐” 등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셔 감사했다. 

Q. 배우를 시작하기 전 축구 유망주였다고 들었다.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나.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중학교에선 필드하키 스카우트 제안을 여러 차례 받을 만큼 운동에 매진했다. 그런데 고교 진학을 앞두고 한 시합에서 큰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으면서 운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 무렵 방송부에서 활동했던 인연으로 ‘CJ 도너스캠프’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게 됐다. 애초에 연출 파트로 지원하면서 연기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한 배역에 공석이 생기며 무대에 서게 됐다. 그 경험을 계기로 고등학교에서도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극단의 단장을 맡는 등 본격적으로 연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이후 연기로 대학도 진학하고 소속사에 들어가 여러 작품을 거치며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됐다.

요즘에는 그만뒀던 축구를 연습하며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워낙 인기 프로그램이라 진입 장벽이 높지만, 학창 시절 축구로 끝까지 도전해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커 다시 도전하고 싶다. 현역 시절에도 공격수 포지션을 맡았던 만큼, 기회가 된다면 <골때녀>에서도 공격수로 뛰어보고 싶다.

Q. 배우 외에도 도전하고 싶었던 일이나 직업이 있었나.

어렸을 때 꿈은 경찰이었다. 어릴 적 한 사건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여경분이 ‘무슨 일 있으면 언니한테 전화해’라며 직접 핸드폰 번호를 쥐여주고 위로해 준 일이 있었다.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고 그 여경님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어 태권도를 시작했다. 그러다 운동이 익숙해지면서 축구를 하고 체육 교사를 꿈꾸는 등 진로도 자연스레 운동으로 넓어졌다. 지금은 배우로 일하지만, 그 마음은 여전해 언젠가 꼭 경찰 역할을 연기해 보고 싶다. 남을 돕는 소방관과 독립운동가 같은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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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재킹>에 출연한 염지영 배우. [사진출처=염지영 배우 SNS]

Q. 처음 배우의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운동만 하던 애가 갑자기 배우를 한다고 하니 처음엔 다들 비웃었다. 가족은 ‘운동만 아니면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내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용돈 안 받을 테니 반대하지 말아 달라’며 배우 일을 시작했다. 이후 영화 <하이재킹>, <빅토리> 같은 상업 작품에 출연하고 시사회에 가족을 초대했는데 가족들이 엄청 좋아했다. 엄마는 지금도 내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 울거나, 언니는 말도 없이 SNS에 내가 나온 작품을 홍보한다. 이제는 가족 모두가 내가 가는 배우의 길을 힘껏 응원해 준다.

Q. 신인 배우들은 데뷔 후에도 여러 문턱이 있고 지원 부분에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어떠한가.

코로나가 끝난 지는 오래됐지만, 업계에는 여전히 그 여파가 남아 있다. 제작하는 작품의 수도 줄고, 촬영에 돌입하고도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성 배우도 일이 끊기는 상황에서 신인 배우에게는 더욱 쉽지 않다. 

신인 배우는 어쩔 수 없이 거절을 당하는 위치에 놓인다.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자책하며 힘들어했다. 이제는 신인 배우에게 이런 일은 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오디션에 떨어져도 ‘그 역할은 지금의 내가 필요할 타이밍이 아니었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오디션에 떨어지는 순간이 있더라도 운 좋게 꿈꿔왔던 연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연이 기회로 바뀌기 위해서 그동안의 노력과 준비가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끈다고 믿는다.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배우 일과 더불어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준비하며 스스로를 단단히 다져 가는 중이다.

Q. 영화 <하이재킹>으로 데뷔한 뒤 <빅토리>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스크린을 통해 본 첫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은데.

스크린 데뷔작 <하이재킹>이 상영되던 때 나는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영화 출연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은근슬쩍 내가 출연한 영화가 ‘재밌다’며 추천하곤 했다. 상영 상태 점검을 위해 객석에 들어갈 때면 일부러 내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큰 스크린 속 내 얼굴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있다.

단역 출연이었던 <하이재킹>과 달리 <빅토리>는 포스터에 내 얼굴과 이름이 걸렸다. 일하던 영화관 곳곳에서 그 포스터를 볼 때마다, ‘내가 진짜 배우가 됐구나’하는 실감이 났다. 처음엔 나를 못 알아보던 동료들도 점차 알아보고 ‘영화 잘 봤다, 멋있다’며 응원해 주기도 했다. <빅토리> 홍보를 위해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관객과 직접 인사하고 팬이 생긴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lt;빅토리&gt;에 출연한 염지영 배우의 장면. [이미지출처=네이버 포토]
<빅토리>에 출연한 염지영 배우의 장면. [이미지출처=네이버 포토]

Q. 배우라는 직업의 어떤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고 싶은가.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내가 현실에서 겪기 어려운 것을 작품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나는 원래 춤을 진짜 못 추는데, 치어리딩을 소재로 한 영화 <빅토리> 출연을 위해서 춤 연습을 했다. 또,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는데 영화 <하이재킹>을 통해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 비록 세트이긴 하지만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의 경험이었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성격 탓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이 즐겁다. 1999년에 사는 학생도, 1971년에 비행기를 타는 인물도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작품 속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큰 행복이다.

Q. 롤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나. 배우로서 목표나 꿈이 있다면.

한 분만 꼽기는 너무 어렵다. 그래도 학과 교수님이자 전원일기의 ‘복길이’로 유명하신 김지영 교수님을 롤모델로 꼽고 싶다. 학생들이 모여 있는 대본 리딩 수업이었음에도, 교수님은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디테일하게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한 번은 교수님께 어떻게 오래 연기할 수 있는지를 여쭸을 때, ‘버텨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교수님은 오랫동안 연기를 하시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데도 항상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교수님의 호탕하신 성격과 연기를 사랑하는 열정을 보며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언제가 교수님과 함께 연기할 날을 꿈꾸고 있다. 

염지영 배우가 투데이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염지영 배우가 투데이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Q. 스스로 생각했을 때, 배우로서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배우로서 나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중간선에 서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일·메이크업·헤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신해, 작품마다 얼굴이 달라 보여 못 알아보시는 분도 많다. 매번 다른 역할과 개성을 보여 줘야 하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장점이라고 느낀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해 온 덕분에 운동 신경이 좋아 몸을 쓰는 역할에 자신이 있다. 체격이 크지는 않지만, 액션을 잘 소화하는 편이라 실제로 액션팀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몇 번 받은 적도 있다. 

Q.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배역을 맡든 그 역할을 통해 선한 영향력이 기억되는 배우로 남고 싶다. 앞으로 작품으로 꾸준히 인사드리면서 더 모범적인 행실을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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