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일부 지역, 산재 위험 상존 ‘상례작업’ 진행 중
철도 노조 “사고 위험 차단하는 야간 작업 전환 바람직”
국토부, 현행 제도 개선보다는 근로자의 원칙 준수 강조
전문가, “‘안전 비용’ 공론화해 사회가 수용하도록 해야”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이번 청도 열차 사고로 피해를 본 근로자들이 열차 운행 중 작업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산업재해의 구조적 문제 파악 및 해결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전문가는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안전 비용’ 확대에 대한 합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5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북청은 형사기동대와 과학수사대 등 34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지난 19일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상례작업을 진행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례작업은 철도를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가운데, 철도의 가장 바깥쪽 궤도의 끝 선으로부터 30미터 이내의 지역에서 시행하는 작업이다. 철도차량의 운행을 중지하면서 시행하는 작업은 차단작업이다.
상례작업은 지난 2019년 밀양 열차 추돌 사고 때부터 산재의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청도 사고와 마찬가지로 밀양 사고 역시 상례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미처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철도업계는 이 사고를 계기로 철로 밖 30미터 작업은 상례작업으로, 선로 위 작업은 열차운행을 중단하는 차단작업으로 진행하도록 개선됐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모든 작업을 야간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상례작업을 진행하는 한 산재의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보고, 상례작업의 차단작업 전환 및 차단작업의 야간작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사람이 칼같이 기계처럼 일하지 않는 이상 상례작업은 사고 위험성이 상존하다”며 “한 선로에도 구간에 따라 대피 공간이 천차만별이므로 애당초 사고의 위험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차단·야간 작업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공사업장의 구조적 산재 위험에도 칼을 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조합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작년에 윤석열 정부가 1566명을 감축하는 등 정부의 효율화 압박으로 인한 교대근무 미정착이 가장 큰 이유”라며 “이미 수도권은 운행량이 많다는 이유로 전면 야간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비수도권 선로의 전환 미진은 정부의 비용 부담 축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안전공학과 오태근 교수는 “(건설산업의 경우)공공기관부터 먼저 충분한 공사기간이나 공사비 등을 확보해주고 이를 민간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 관계자 역시 “작업이 안전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 조사가 끝나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현행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을 이어갔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례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해당 작업의 안전도를 평가하게 돼 있다”며 “작업 계획을 지켰다면 원칙적으로는 발생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야간작업 전환에 대해선 기존 운행 스케줄 변경과 시설 유지 작업 지연을 들어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관계자는 “야간에도 진행되는 다른 작업들의 스케줄이 변경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또, 안전한 열차운행을 위해 제때 이뤄져야 하는 시설 유지 작업이 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는 산재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안전 비용을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도록 공론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 교수는 “사회적인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며 산업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안전 강화를 위한 비용 투입과 시간 지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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