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출국이냐 추방이냐…美장관 발언에 긴장 고조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미국 이민단속국의 불법체류자 단속 여파로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회사)의 공사 현장이 사실상 멈춰섰다. 한국인 협력업체 직원 수백 명이 구금되면서 장비 설치와 인테리어 작업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최소 수개월 이상 공장 완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L-GA 배터리 회사 건설 현장은 현재 주재원 비자(L-1) 또는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보유한 일부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앞서 미국 당국은 현장에 투입된 LG에너지솔루션 및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 가운데 비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을 단속했고, 이 과정에서 약 300명이 구금됐다.
이 공장은 당초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며, 완공 후 연간 30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양산해 전기차 30만대에 탑재하는 것이 목표였다. 외부 공사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인력들이 설비 반입과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다.
단속 대상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직원 250여명이 포함됐고, 이 가운데 47명이 실제로 구금됐다. 해당 인원들은 배터리셀 설비 및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업체 직원 168명 중에서도 한국인 62명이 구금됐으며, 이들은 내부 인테리어 작업에 투입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속 이후 현장에 있던 ESTA 비자 소지자들을 즉시 귀국 조치했고, B1·B2 단기 비자 인력은 숙소 대기 상태로 전환했다. 현재 현지에 남은 인원들은 구금된 동료들의 석방과 출국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체포·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자진 출국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추방 조치’를 언급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진 출국과 달리 추방은 향후 미국 재입국이 제한되는 등 법적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H-1B 등 정식 취업 비자 발급이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부상하면서 향후 인력 충원과 공사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로하기 위한 H-1B 비자는 발급 요건이 까다롭고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린다. 특히 H-1B는 추첨을 통해 이뤄지는데, 미국 빅테크 기업을 위한 할당이 존재한다.
이에 인도나 중국 출신 IT 개발자들이 연 8만5000개의 H-1B 비자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연간 2000건 수준의 H-1B 비자만 승인받는 상태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구금됐던 인력들의 미국 재입국이 어려워질 경우, 협력업체들은 전면적인 인력 교체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현지 분위기 역시 불안정해지면서 신규 인력 수급 자체가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당장 인력을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사안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비자 문제가 아닌, 동맹국 간 신뢰와 투자 안정성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으로 인식하며 정부가 보다 강경하고 주도적인 태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글로벌 생산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비자 문제로 차질이 빚어질 경우 공장 준공이 반년에서 최대 1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한국 기업이 국제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며 “미국 정부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강력한 입장을 전달하고, 조속한 원상 복귀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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