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약칭 통일교) 총재인 한학자가 구속됐다. 혐의는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이다. 한학자가 구속되던 날, 구치소 정문에 많은 통일교 신자들이 모여서 울면서 기도하고 항의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탄핵당한 이후,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 있었을 때 윤석열과 그의 부인 김건희, 그리고 여당의 주요 당직자가 자행했다는 의심이 드는 각종 비위가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이 비위의 내용 중 전문 종교인이나 특정 종교의 신자가 개입된 사례들도 존재한다. 당장에 윤석열이 계엄 준비와 선포에서 주요 종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노상원은 신당을 차린 무속인이었다. 공천 개입 의혹에서는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김성배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지목받고 있다. 채해병 순직 사건에서는 목사이자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이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의 구명을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다. 그리고 통일교에서 윤석열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각종 이권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한학자 총재가 구속되면서 통일교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전두환 정권 당시 통일교의 수장이었던 문선명 총재가 전두환에게 “통일교를 국교로 지정해주면, 현재의 국가 부채를 모두 갚아주겠다.”라는 제안을 했었다는 루머가 돌 정도로 통일교가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이후 약 40여년만에 통일교가 언론에 회자되는 것이다.
본 지면에서 통일교의 역사, 교리,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능력, 세계에 펼쳐진 네트워크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미 많은 언론에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언론을 통해 통일교에 관한 정보를 전하는 사람들은 주로 개신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목사, 기자들이다. 그리고 결론은 통일교를 향한 노골적인 조롱과 비난으로 이어진다. 방송국이 자기 입장을 가질 수 있고, 방송에 출연하는 패널 역시 자기 의견을 펼칠 권리와 자유가 있으니, 필자는 필자의 생각을 본 지면에 담을 것이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통일교의 교리와 역사에 대해 언론을 통해 알리고 있으니, 필자는 그 이면의 맥락을 소개할 것이다.
우선 필자는 한학자 총재의 구속에 대해 이의가 없다. 한학자 총재가 혐의가 있고 도주 우려가 있다면 구속되는 것이 맞다. 더군다나 한학자 총재는 증거인멸 혐의도 받고 있다. 구속의 주요 사유 중 하나가 증거인멸인 점을 감안하면 한학자 총재의 구속은 크게 무리한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특정 종교의 신자 입장에서 자기 종교에서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 혹은 종교의 수장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반감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한학자 총재 구속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할 자유도 있다.
여기에서 짚어야 할 맥락은 한학자 총재의 혐의는 세속의 법을 기준으로 유무죄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통일교 신자들이 한학자 총재의 구속에 대한 항의의 집회를 펼칠수 있는 권리 역시 세속의 법에 의해 보장받는다는 점이다. 통일교 신자들의 항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덕분에 가능하다. 세속의 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종교의 교리를 세속의 법보다 우위에 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와 한국 사회에서 종교와 세속의 경쟁은 세속의 승리로 끝났다.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세속의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교는 세속의 질서에 따르는 것이 맞다.
다음으로 통일교를 향한 언론과 패널들의 조롱과 비난을 다시 생각해보자. 원래 종교는 초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이다. 그걸 믿고,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다.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죽음과 탄압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한학자 총재가 신이자 참어머니를 자처하고 그걸 믿는 사람들이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특정 인물이 신의 아들이자 신 자체임을 자처하는 모습, 사람이 죽었다 부활했다는 교리, 이 세상이 천국과 지옥, 전생·현생·후생이 있어서 환생하다는 교리를 믿는 모습이 특정 종교에 대한 신앙이 없는 사람들의 눈에는 모두 한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 역시 인간이 가진 주요 특성 중 하나다. 그런데 특정 종교에 대한 신앙이 없는 사람도 한 번 쯤은 “내가 오늘 운이 없네”라는 말을 하지 않는가? ‘운’이라는 비과학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믿는 것이 인간이다.
통일교를 향한 언론과 패널들의 조롱·비난, 그리고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서 종교에 대한 편협한 시각도 보인다. 한학자 총재가 참어머니를 자칭하는 것은 이상하고, 예수가 여호와의 아들이라고 자칭하는 것이나 부처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걸까? 통일교가 주장하는 성약의 시대는 이상하고, 예수의 재림과 세상의 종말이나 전생과 현생과 후생은 이상하지 않은걸까? 통일교 신자는 이상하고 기독교, 불교 신자는 이상하지 않은걸까?
기독교나 불교가 “정통”이라는 것도 자기들 주장이고, 신종교를 이단, 사이비라고 지칭하는 것들 역시 그들의 주장이다. 어차피 유대교에서 기독교가 분파됐고, 기독교가 가톨릭과 정교회로 갈라졌고, 가톨릭에서 개신교가 분파됐고, 고대 힌두교에서 불교가 나온 것 아닌가? 개신교, 불교, 천주교 모두 한 때 이단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통일교 관련 논란에 대해 사람들이 대하는 모습에서 거대 종교만 종교고 신종교는 종교가 아니라 이단, 사이비라는 고정관념이 보인다. 다시 말하면 정상적인 종교가 있다는 ‘정상종교의 신화’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종교는 이상하고 신비롭다.
거대종교가 종교의 원칙이자 기준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평론이 넘쳐난다. 이건 거대종교에게도 도움될 것이 없다. 교계 신학교가 신학생을 받지 못하는 이유, 소위 ‘가나안 성도’가 넘쳐나는 이유, 불교에서 출가자를 구하지 못해 출가 제한 연령을 높이는 모습, 거대 종교에서 신종교가 분파되는 이유를 해당 종교의 전문종교인과 신자들은 잘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다른 종교에서 난리가 났다고 신나서 비난과 조롱을 늘어놓지 말고, 제발 자기 종교가 신의 뜻을 잘 따르고 있는지부터 반성했으면 좋겠다. 당장 개신교계 주요 인물들도 윤석열 정권에 깊이 개입해 있고, 내란의 처리에 관해 불의하고 반헌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상황을 하나 소개하겠다. 개신교나 천주교 신자들이 신종교를 그렇게 비판하면서, 청심중학교, 선화예중고를 비롯한 신종교가 만든 유명 사립학교에 자기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의 그렇게 많은 개신교 신자 국회의원들이 개신교에서 이단이나 사이비로 지칭하는 통일교 신자들의 대거 입당에 반발하거나 수사에 협조했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내로남불” 역시 평범한 인간의 나약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