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된 96개 시스템, ‘이전 복원’ 4주 남짓 소요
“양적 성장 넘어 보안·재난 안전 대비 재점검 必”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온라인 복지 서비스, 정부24 등 주요 업무시스템이 중단된 29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종합민원실에 민원인 이용 불편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온라인 복지 서비스, 정부24 등 주요 업무시스템이 중단된 29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종합민원실에 민원인 이용 불편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 나흘째를 맞았지만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대부분이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전자정부 구현을 추진해온 정부가 배터리 화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9일 12시 기준 국정자원 대전센터 전산실 화재로 중단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62개가 복구됐다고 발표했다. 전날인 지난 28일까지 39개 시스템이 복구된 점을 감안하면 최근 12시간 동안 23개 시스템이 정상화된 것이다.

윤호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업무연속성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29일 윤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행정정보시스템 복구 현황과 대응계획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 행안부는 전소된 7-1 전산실 96개 시스템은 국정자원 대구센터 내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이전하기로 했다. 또, 장애가 해소될 때까지 정부합동 민원센터(110콜센터), 지역 민원센터(120콜센터 등)와 민원 전담지원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행정안전부 차관)은 같은 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구센터로 이전해 복구하는 96개 시스템은 약 4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대구센터 입주기업의 협조를 통해 최대한 일정을 당기겠다”고 말했다.

한 달 가량 정상화가 지체된 96개 시스템 중에는 파급 효과가 커서 1등급에 해당하는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서비스,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 국가보훈부 통합보훈 등이 있다. 김 차관은 “국민신문고, 통합보훈 등은 방문 및 우편 접수 등 오프라인 대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는 대체 사이트를 안내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10월 당시 강동석 국정자원 원장은 “대전센터가 화재나 지진 등으로 한꺼번에 소실될 경우, 재해복구 시스템은 실시간 백업된 자료로 3시간 이내에 복구할 수 있도록 구축돼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6일 UPS(무정전 전원장치)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가 모두 중단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며 식언이 되고 말았다.

국정자원은 이날 행안부를 통해 “(화재가 난)배터리는 정기 검사결과에서 모두 정상판정을 받았다. 다만 지난해 6월 정상판정을 받으면서 교체 권고를 받았다”라며 “정기 검사결과에서 이상이 없어 지속해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배터리의 사용연한은 10년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감식에 리튬전지 전담 수사관을 투입하는 등 국정자원 배터리 화재 사건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련자 조사, CCTV 영상, 합동감식 자료 등을 분석해 배터리에 불꽃이 튄 이유와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을 재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이중화 조치 미비 등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곽진 아주대학교 정보보안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정부 발표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지난 2022년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때에는 상당한 데이터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번 사건도 사이버 복원력(회복력)이 미흡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가 온라인 서비스 최강국, 초고속 인터넷 최강국이라 자부했지만 이번 사건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보여지는 양적 지표나 수치가 질적 우수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보안이나 재난 안전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들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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