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요소 발굴 위해 근로자 포상…“올해 작업중지권 20만건 넘을 듯”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외 자체 예산 편성…지난해 213억원 추가 투입

건설업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환기를 맞았다. 낡은 관행을 털어내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핵심은 안전과 신뢰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 예방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정부도 고강도 정책을 내놨다. 지난 9월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 발생한 건설사는 영업정지를 넘어 간판까지 내릴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생존이 달린 문제로, 자구책과 함께 미래를 그려갈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편집자주> 

지난 5월 대우건설 김보현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부천 송내역 푸르지오센트비엔 현장에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지난 5월 대우건설 김보현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부천 송내역 푸르지오센트비엔 현장에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 ‘내 가족을 지킨다’는 각오로 정성을 다해 현장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대우건설 김보현 대표이사의 취임 일성이자 임직원들에게 전한 당부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 대표는 임기 시작과 함께 안전 최우선 문화 정착을 핵심 과제로 삼고, ‘100년 기업’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섰다. 내실 경영을 토대로 올해 대우건설이 책정한 안전보건 예산은 1231억원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안전 혁신정책’으로 안전 문화 조성에 첫발을 내딛었다. 협력사 안전보건 활동 지원과 예산 확대를 바탕으로 올해를 안전 문화 정착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대우건설은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오는 2027년까지 해외 현장의 20만 근로시간당 재해자 수 0.02명 이하, 국내 현장의 사망만인율 0.2명 이하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대우건설은 대형사고 이전에 수십건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건의 징후가 선행된다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현장의 위험요소를 적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인 ‘스마티(SMARTy, ’Smart’와 ‘Safety’의 합성어)’를 개발해 근로자가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스마티’ 입력 항목을 대폭 간소화하고, 현장의 위험요소를 최다 발굴한 현장과 개인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대우건설은 위험 요소 조치율이 전년 대비 0.8% 상승한 97%를 기록했다. 해외 현장의 20만 근로시간당 재해자 수는 지난해에 이어 0.02 이하를 유지했다.

작업중지권 행사 역시 확대됐다. 대우건설 현장의 작업중지권 행사 건수는 건설업계에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3만993건을 기록한 작업중지권 행사 건수는 지난 8월 집계 기준 12만5142건을 기록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총 누적 작업중지권 행사 사례는 20만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이하 보건관리비)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투입한 보건관리비는 1137억원에 달한다. 법정 보건관리비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추가 안전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추가로 편성된 안전 추가예산은 213억원이다. 추가예산은 소규모 현장 안전관리자 배치와 안전감시단 인건비 지원, 안전 관련 시설비 등에 지출됐다.

대우건설은 올해 안전보건 비용을 1290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측은 현장별 평균 투입 비용은 증가했으나, 전년 대비 현장 개수가 줄어 전체적인 안전보건 비용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안전관리 조직도 개편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신동혁 최고안전보건경영책임자(CSO)는 전 현장을 2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하던 기존 지역안전팀을 서부·중부·동부 3개 팀으로 나눴다. 특히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굴착기 등 건설기계의 오작동을 예방하기 위해 각 지역안전팀 내에 건설기계 전문 파트를 신설했다.

각 지역안전팀에서 파악된 안전관리 현황은 신 CSO가 매달 주최하는 안전보건소통 간담회를 통해 김 대표이사와 공유된다.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선 내년도 안전보건 경영계획 등을 결정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토목, 주택건축, 플랜트 등 주요 사업 부문별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산업안전보건경영시스템(OHSMS) 국제표준(ISO45001) 인증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있다”며 “대우건설 고유의 안전문화 프로그램인 CLEAR를 2015년부터 도입해 근로자의 안전 의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CLEAR 컨설팅 82회, 현장 TBM 교육 52회, 안전문화 운영비 모니터링 4회 등 총 138회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은 외국인 근로자 비중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언어 장벽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의사소통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기반 실시간 번역기’를 개발 중이다. 번역기는 ‘스마티’에 탑재돼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로 실시간 번역할 수 있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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