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vs 쿠팡노조 의견 충돌
새벽배송 기사 10명 중 6명 “육체적 부담 있다”
“주간 시간 활용·수입 좋아 포기 못해”...의견도
고용노동부 ‘11시간 연속 휴식제’ 등 방안 검토

지난 2020년 10월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0년 10월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과로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새벽 택배 배송 금지를 둘러싸고 택배업계가 업무 과중 방지와 생계 위협 사이에서 팽팽한 입장 격차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1시간 연속 휴식제’ 등 절충안을 검토 중이다.

3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새벽 택배 배송을 두고 내부 종사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택배기사 과로 개선을 위해 초심야 시각의 배송을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새벽 배송 금지로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심야 배송 제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택배기사 과로 개선을 위해 자정~오전 5시 초심야 배송을 제한해 노동자의 수면시간과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하자”며 새벽 배송 제한을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택배기사 과로사 전적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3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택배노동자 사망 사례 중 7건이 과로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도 대구 지역의 쿠팡 택배노동자가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숨졌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류량이 늘어나면서 더욱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0.1%였던 택배노동자의 야간재해 비율은 2023년 19.6%로 급증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새벽배송 기사 10명 중 6명이 “육체적 부담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명이 소속된 택배 영업점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자의 해고는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심야 배송 택배노동자들을 사실상 해고하려 한다”면서 민주노총 등 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심야 배송 제한’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PA가 ‘심야 시간 배송 제한’과 관련해 야간·새벽 배송을 하는 택배노동자 24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심야시간 배송 제한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5%는 심야 배송을 지속하겠다고 답했으며, 심야 배송의 장점으로 ▲‘주간보다 교통혼잡이 적고 엘리베이터 사용이 편하다’(43%) ▲‘수입이 더 좋다’(29%) ▲‘주간에 개인 시간 활용 가능’(22%) ▲‘주간 일자리가 없다’(6%) 등을 꼽았다.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택배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전국택배노조, 故 쿠팡 택배노동자 추모 및 퀵플렉스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택배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전국택배노조, 故 쿠팡 택배노동자 추모 및 퀵플렉스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노총이 심야 배송 제한의 대안으로 ‘오전 5시 출근(새벽 5시~오후 3시 근무)·오후 3시 출근(오후 3시~자정 근무)’ 및 ‘주·야간 배송 교대제’를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각각 89%, 84%가 반대했다. 응답자의 70%는 “야간 배송을 규제하면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겠다”고 답했다.

새벽배송 현장 노동자들로 구성된 쿠팡노조 역시 민주노총의 금지 방안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쿠팡노조는 “새벽배송은 국민의 아침 식탁과 생활 편의를 책임져온 핵심 서비스로 이미 생활 필수 서비스가 됐다”며 “이를 금지하자는 주장은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반박했다.

또한 쿠팡노조는 “심야 배송 금지는 관련 인력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고, 오히려 주간 물류 집중으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새벽 배송 전면 금지보다는 절충안인 새벽배송 노동자에게 ‘11시간 연속 휴식’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운송 관련 서비스업종에서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까지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야간 근로에도 적용되지 않고 있었던 점에 대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벽 택배 이용이 꼭 필요한 경우가 존재하는 한 전면 금지는 섣부른 조치지만, 야간 근무가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에 악영향을 주는 이상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벽 택배 배송이 이들의 ‘선택’이 아니며, 일반 택배 배송 수입이 올라가면 위험을 감수하며 새벽 배송을 선택할 이들은 적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성공회대 하종강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새벽 배송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물건 중 반드시 밤 중에 전달되지 않아도 되는 물건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경우 그 비용을 높이고 인상된 금액이 택배노동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하 교수는 “한국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한 택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 편리함과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배송료를 지금보다 높이고 단가가 택배회사가 아닌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 제도 검토에 대해서는 “11시간 연속 휴식이 과로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휴식 제도에서 제외된 업종들이 실제로 꼭 제외될 필요가 있었는지, 회사의 편의를 위해 빠진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야간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발암물질 중 하나’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 7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취약 근로자 보호를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가 야간 근무를 할 경우 그렇지 않은 노동자보다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1.2~2.3배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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