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국정감사 막 내려…대립·갈등으로 얼룩
김현지 의혹 두고 여야 의원 물리적 충돌 ‘논란’
퇴장당한 인권위원…성평등가족부 첫 데뷔까지

국정감사는 한 해 동안의 국정의 성적표이자 정치의 민낯이 속속히 드러나는 무대다. 올해도 곳곳에서 날 선 질의와 격돌의 순간들이 국민의 눈길을 끌었다. 정쟁 속에서도 빛난 질문, 치열한 논쟁 그리고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2025 국감 장면들]에서는 한 주간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 현장에서 포착된 결정적 순간을 소개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다.&nbsp;[사진제공=뉴시스]<br>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올해 국정감사는 끝까지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머물렀다. 초반부터 불거진 공방은 마지막까지 잦아들지 않았고 정책보다 정쟁이, 점검보다 공세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했다.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국민이 듣고 싶었던 민생 해법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정책 중심의 국정감사를 기대했던 국민과 달리 다시금 정쟁이라는 익숙한 길로 돌아갔다.

대통령실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논란을 두고는 마지막 주 국정감사장에도 정치적 충돌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이로 인해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나며 파행을 빚었다. 정책을 검증하고 정부를 견제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는 또 한 번 흐려졌다.

올해 국정감사 마지막 주, 국회는 어떤 장면을 남겼을까. 본보는 한 해의 국정감사가 남긴 장면들을 다시 짚어봤다.

 

성평등가족부 첫 국정감사…순항할 수 있을까

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성평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nbsp;<br>
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성평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4일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성평등가족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정감사 ‘데뷔 무대’를 치뤘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남성 역차별 논란과 젠더 갈등 등 주요 쟁점이 도마에 오르며 부처의 역할과 정책 방향을 둘러싼 공방이 전개됐다.

일부 의원들은 “남성 역차별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경우 여성 차별 해소라는 본래 과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민경 장관은 “기본적인 정책 과제인 구조적 성차별 해소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또 ‘역차별’이라는 표현 대신 ‘성별 불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며 “저희 부처가 아니면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회통합으로 나아갈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남성 청년이 겪는 역차별 문제를 언급해 온 바 있다. 이에 성평등가족부에 관련 연구를 지시했다. 지난달 1일 정부조직법 시행과 함께 성평등가족부는 ‘성형평성기획과’를 신설하고 성별 인식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담담히 부처의 기조와 방향을 설명한 원민경 장관. 성평등가족부가 젠더 갈등이라는 가시밭길을 넘어 성평등 정책의 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증인 선서 거부하다 ‘퇴장 엔딩’ 맞은 인권위원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상임위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운영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퇴장 당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nbsp;<br>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상임위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운영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퇴장 당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겸 상임위원이 지난 5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해 퇴장 조치를 당했다.

이날 김 위원은 “증인 선서를 따로 하겠다”며“형사소송법에 맞는 방식으로 개별 선서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소모적 논쟁을 이어가지 않겠다”며 퇴장을 명령했다.

국회 관례상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장이 대표로 선서하고 나머지 위원은 이에 동의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김 위원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재 김 위원이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긴급구제 조치 신청 안건 기각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고려해 법적 방어권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김 위원이 억지를 부린 것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서 국정감사를 거부하고 국회를 모욕하기 위함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이 ‘증인 거부’ 행동이 개별적 증언 책임과 진정성을 보이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국회 모욕’의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위원을 향해 “여기가 당신 놀이터냐”, “국회를 모욕하고 있다” 등의 말로 거세게 항의했다.

혼란이 가라앉은 뒤에야 안창호 위원장이 증인 선서를 마쳤고 의원들의 질의가 뒤늦게 이어졌다. 국민의 인권을 다루던 기관의 위원의 이해하지 못할 고집은 의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초근접샷만 남은 ‘배치기’ 전쟁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퇴장하는 과정에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nbsp;<br>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퇴장하는 과정에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성과 막말로 얼룩진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는 끝내 여야 간 ‘몸싸움’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국정감사이자 현 정부 출범 후 첫 대통령실 국감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불출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야 신경전은 곧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이기헌 의원 간의 ‘배치기’ 소동으로 번졌다. 먼저 국감장을 나서던 송 원내대표가 출입문 근처에서 이 의원과 맞닥뜨리며 말다툼이 격화됐고 두 사람은 서로 물러서지 않은 채 몸을 밀치며 대치했다. 잠시 배를 맞댄 채 서로를 노려보는 장면은 ‘정쟁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34분 만에 국정감사가 재개됐지만 여야는 책임 공방으로 소중한 시간을 사용했다. 대통령실에 대한 본격 질의는 감사가 시작된 지 100분이 지나서야 겨우 이어질 수 있었다.

대통령실을 향한 날카로운 검증이 이뤄졌어야 할 순간, 여야는 끝내 ‘배치기 공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국정감사의 본질은 사라지고 대신 두 의원이 배를 맞댄 채 마치 친밀한 사이인 듯 가까운 거리로 눈을 부라리는 사진만이 국회를 순회 중이다. 국정감사가 끝난 지금까지도 여야는 서로를 향해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먼저 시비를 걸었다며 ‘피해자’를 자처하고 있는데 정작 두 의원 다 몸싸움 당사자인 것은 변함 없다. 

 

국정감사라고 쓰고 ‘현지 국감’이라고 읽는다

&nbsp;대통령실&nbsp;강훈식 비서실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눈가를 만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nbsp;<br>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눈가를 만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번 국정감사에 실제적인 주연은 김 제1부속실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감사 마지막 날에도 여야는 김 제1부속실장의 국회 불출석과 각종 의혹을 둘러싸고 도돌이표 공방을 펼쳤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김 제1부속실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니까 더불어민주당이 이렇게 ‘입틀막’ 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발언하자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가 격양됐고 끝내 국장감사는 한 차례 파행을 맞았다.

이날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김 제1부속실장이 언제든 국정감사에 출석할 수 있도록 용산 경내에서 대기 중이었다고 밝혔다. 여야 합의만 이뤄진다면 즉시 출석하겠다는 뜻이었지만 끝내 합의가 불발되면서 김 실장의 등장은 성사되지 않았다.

종일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던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은 국민의힘이 김 제1부속실장에 관한 과도한 의혹 제기에 나서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이러니까 김현지 ‘여사’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라며 “(김 제1부속실장이) 김혜경 여사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강 비서실장은 “이게 국정감사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발끈했다.

결국 국정감사장의 스포트라이트는 대통령실도, 정책 질의도 아닌 ‘보이지 않는 주연’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향했다. 이번 국정감사 장에는 ‘김현지 없는 김현지 국정감사’라는 희한한 연극이 펼쳐졌다. 피날레였음에도 ‘진정한’ 감사는 끝내 무대 위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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