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 매출 감소에도 영업익 방어…GS·DL, 원가율 하향에 개선세 ‘뚜렷’
삼성물산, 주요 사업 종결에 실적 ‘흐림’…국내외 대형 프로젝트에 수주 ‘순항’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대형 건설사들은 2022년부터 이어져 온 경기 불황에 내실 경영으로 대응해 왔다. 그간 허리띠를 졸라 맨 성과는 올해 3분기부터 가시적인 숫자로 나타났다. 도급 순위 상위 5개사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추후 건설사들의 수주 개선을 전망하면서도 정부의 노동·안전 규제와 공공 위주 발주로 인한 공급 위축을 우려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3분기 실적에서 경기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에선 큰 손실을 면했다. 플랜트 사업과 주택 부문 수주 실적에서 호조를 기록하며 추후 반등의 불씨를 남겼다.
현대건설은 매출 23조28억원, 영업이익 10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5.2%, 9.4%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라크 해수 처리 플랜트 공사와 인천 제물포역 도심공공복합 사업 등 경쟁 우위 중심의 사업지를 확보함으로써 수주잔고 96조400억원을 기록했고, 약 3.2년치의 일감을 비축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글로벌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원자력발전소와 플랜트, 데이터센터 등 비경쟁 고부가가치 초대형 사업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기본 설계 계약을 체결한 미국 내 대형원전 4기 건설,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프로젝트 등 글로벌 원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매출 1조9906억원, 영업이익 5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1.9%, 9.1% 감소했다. 다만 누계 영업이익은 29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3분기까지 신규 수주 누계액도 11조1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3722억원 대비 51.3% 증가했다. 부산 서면써밋더뉴(1조5162억원), 수원 망포역세권 복합개발(7826억원), 의정부 탑석푸르지오파크7(6421억원) 등 자체사업들이 실적을 견인하며 연간 수주목표인 14조2000억원의 78.6%를 달성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진행 현장 수 감소 영향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누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내실 경영 효과로 설명했다.
GS건설과 DL이앤씨의 경우 매출 증가 폭이 적거나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적 개선의 배경엔 원가율 하향이 있다.
GS건설은 매출 3조2080억원, 영업이익 14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3.2%, 81.53% 증가했다. 특히 3분기 신규 수주는 4조4529억원으로 누적 12조338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이던스(14조3000억원)의 86.3%를 달성하게 됐다. 쌍문역 서측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5836억원)과 신길제2구역 재개발정비사업(5536억원), 부산항 진해신항컨테이너부두1-1단계(2공구)(1100억원)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
GS건설은 건축 주택 사업 본부의 다수 고원가율 현장 종료와 함께 인프라, 플랜트 사업 본부의 이익률 정상화 등 전체 사업본부의 원가율이 안정화되면서 3분기 누계 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 2.6%에서 4%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각 사업 본부별 원가율 안정화와 함께 부채비율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며 “수익성 기반 선별 수주와 경쟁력 우위 사업에 대한 전략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매출 1조9070억원, 영업이익 1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0.62% 감소, 40.1% 증가한 수치다. 원가율의 안정세를 기반으로 수익 개선을 이어가고 있는 DL이앤씨는 해외법인을 합산할 경우 3분기 원가율 87.5%를 기록한다. 전년 동기 대비 1.6%p 하락한 수치다.
신규 수주는 3분기 연결 기준 3조167억원을 기록했다. 주택사업 부문에서는 정비사업과 공공주택 개발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주 흐름을 이어갔다. 주요 수주로는 장위9재개발(5214억원), SH연희2재개발(3993억원) 등 정비사업과 LH광명시흥 공공택지조성사업(4459억원)이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도 원가율 안정화로 실적 회복이 이어졌다”며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과 선제적 리스크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선 4개사와 달리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외 대형 하이테크 프로젝트 주요 공정이 종료된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3분기 매출은 3조900억원, 영업이익은 11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0%, 52.9% 줄었다. 평택 P3가 준공되고, 미국 테일러 공장도 마무리 공정에 들어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떨어졌다.
다만 삼성물산은 평택 P4 마감공사와 미국 테일러 설비공사 등 하이테크 매출 회복으로 내년도 실적 개선을 전망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3분기 하이테크 고객의 투자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부턴 올해보다 매출과 수익성 모두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주 실적은 카타르 태양광, 평택 P4, 미국 테일러 등 대형 프로젝트로 3분기 누적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간 수주 가이던스 18조8000억원의 64.8%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억눌려 있던 건설 투자 심리가 6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로 일부 회복하며 하반기엔 제한적인 상승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지혜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엔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발주 지연과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하반기의 수주 실적은 상반기 대비 소폭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본격적으로 업황이 악화된 2022년과 2023년도와 비교하면 작년 하반기 들어 대형 건설사의 실적은 소폭 개선된 상태”라며 “특히 급격히 감소했던 발주량 같은 경우 올해 들어 연착륙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안전 및 노동 관련 규제 강화와 여전히 높은 공사비는 대형 건설사들의 공격적인 사업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추후 공공 발주에 건설 투자가 집중돼 있는 만큼 민간시장 활성화를 통한 건설경기 회복 역시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혜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의 노동·안전 규제는 10·15 대책과 같은 수요 억제책과 맞물려 민간 공급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9·7 주택공급 방안을 통해 공공 부문의 발주는 증가할 여력이 있으나 얼어붙은 민간시장까지 개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 공사비 급등기부터 인력 감축과 선별수주 등 안정 지향적인 사업 전략을 영위해왔고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불황을 버틸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 위주의 건설산업 재편 역시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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