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3분기 실적에서 드러난 ‘본업 체력’ 격차
운용수익 의존 심화…자동차·장기보험 손해율 부담 지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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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업계의 3분기(1~9월) 실적이 공개되면서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체력 격차가 다시 드러났다.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순익 흐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메리츠금융지주는 외형 확대를 기반으로 업권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실적 공시에 따르면 업권 전체적으로는 보험 본업의 수익성이 약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자동차·장기보험 손해율 상승이 회사별 실적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영됐고, 운용수익이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본업 중심 체력’의 차이도 더 선명해졌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생·손보 53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11조2911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감소했다. 생명보험사는 보장성보험 손해율과 평가익 둔화가,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장기보험 부담 확대가 각각 순익 약화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생보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누적 순익 2조1171억원을 기록하며 업권 최상위를 지켰다. 보험서비스손익은 다소 약해졌으나 투자 포트폴리오 변동이 제한적이어서 실적 방어가 가능했다.한화생명은 누적 6181억원, 교보생명도 금리 안정 속 운용수익 개선이 이어지며 실적 흐름을 유지했다. 

손보업계에서는 회사별 온도차가 더 선명했다. 삼성화재는 누적 순익이 1조원대 중반을 유지하며 안정적 기조를 이어갔다. 탄탄한 장기보험 기반 덕에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누적 순익 2조268억원을 기록하며 ‘규모의 힘’을 입증했다. 그룹 차원의 비용 통제와 일관된 운용 전략이 외형 확대를 뒷받침했지만, 메리츠화재 또한 자동차보험 부담은 피하지 못했다.

비용 관리와 장기보험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로 하락 폭을 일정 부분 제어했지만,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또한 자동차·장기보험 부담이 실적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안정적인 장기보험 기반과 보수적 언더라이팅으로 변동성을 최소화한 반면, 메리츠는 비용 관리와 운용전략을 바탕으로 외형을 빠르게 키웠다”면서도 “흐름의 결은 달라도 본업 약화 흐름에서는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운용수익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사이 중형사는 손해율 상승이 더 직접적으로 반영됐다”며 “결국 회사별 체력 차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본업 회복 능력”이라고 진단했다.

운용이익이 지탱한 3분기…본업 약화의 구조적 부담은 여전

올해 3분기 보험업권 실적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운용수익 의존 확대다.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며 채권 평가손이 줄었고, 대체투자 성과 개선도 단기 실적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본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운용이익이 사실상 실적의 ‘완충장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본업 수익성이 약한 상태에서 운용수익 비중이 커지는 구조는 금리·시장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을 동반한다. 

현재 보험산업은 저성장·저금리·고환율에 더해 인구구조 변화라는 리스크까지 겹쳐 있다. 할인율 현실화는 자본 부담을 키우고, IFRS17·K-ICS 등 부채 평가 및 회계 제도 개선은 단기 순익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장기보험 손해율 상승이 지속되면서 본업 수익성 약화는 더 이상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업권 전반의 구조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한 보험학 전문가는 “본업 손익 약화와 운용수익 비중 확대가 동시에 발생하면 금리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진다”며 “자동차·장기보험 손해율 관리가 업권 전체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운용수익으로 단기 변동성을 줄였지만 본업 수익성 회복 없이는 내년 이후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본업 중심 체력 강화와 손해율 관리가 향후 분기 실적의 가장 큰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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