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장위13 재정비촉진구역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2026년 지방선거까지 7개월이 남았지만 서울은 이미 선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여권 잠재 후보들의 날카로운 공세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종묘 등을 둘러싼 오 시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간 공방은 단순 지역 현안을 넘어 지방선거 전초전으로 해석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여야는 서로 맞불을 놓으며 ‘서울 지키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분위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김 총리를 공직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시정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출범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자 국민의힘도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날 국민의힘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 등 서울 지역 의원들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한강버스, 감사의 정원 등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을 두고 김 총리가 사실상 낙선을 목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국민의 민생을 살펴야 할 국무총리가 실정법을 위반할 소지를 무시하며 민생은 뒷편에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전날 ‘한강버스 좌초 사고 은폐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 시정 실패 정상화 TF’를 구성해 오 시장의 주요 정책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또한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버스 좌초 사고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차원에서 오 시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이 지난달 20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한강버스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위증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김 총리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김 총리가 서울시 사업을 본격적으로 비판한 것은 서울 종로 종묘 정전과 영녕전 등을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방문한 지난 10일부터다. 이날 김 총리는 ”종묘 바로 코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의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시가 운행하는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두고 서울시에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안정성을 재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시가 한국전쟁 참전국 기념 목적으로 ‘감사의 정원’을 조성을 추진 중인 광화문 광장을 찾아 “행정적으로, 절차적으로, 법적으로 살펴볼 바가 없는지 챙겨 보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잇따라 3번이나 여당이나 관계 부처가 아닌 총리가 이례적으로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을 겨냥한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차기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간 김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도전이 유력시됐으나 최근에는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오 시장을 향한 견제 움직임을 두고 당 내부 사정과 서울 선거지형의 특수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은 수도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으로 꼽히는데,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자리를 둘러싸고 여당 잠재 주자들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앞다투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로 사실상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서울시장 탈환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서울 전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고강도 규제를 내놓으면서 서울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게 흐를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오 시장의 뚜렷한 대항마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 시장이 오히려 정책 성과와 시정 기조를 부각할 기회를 얻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시장을 향한 공세가 거세질수록 더불어민주당 내부 주자들의 존재감은 오히려 희미해지고 오 시장만 부각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정면돌파에 나섰다.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의 고층 빌딩 조성 계획에 정부와 유네스코가 우려를 표명하자 오 시장은 지난 18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건물 완공 후 예상 모습을 공개하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그렇게 눈 가리고 숨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를 정도의 압도적인 경관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해당 사업을 두고 “숨이 턱 막힌다”고 했던 김 총리 발언을 되돌려준 것이다.

또 같은 날 ‘감사의 정원’을 지적한 김 총리를 향해 “정부 힘을 활용해 이미 착공해 한창 공사 중인 것을 정지시킬 수 있는 것 같이 힘을 과시하는 취지의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최근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등 연이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이날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경미한 잔고장일 뿐”이라며 “전면 운항 중단은 과도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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