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어떤 연말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문화예술계는 요즘 연말 공연과 행사로 들뜬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연말 공연의 대표주자인 ‘호두까기 인형’ 공연부터 연말 콘서트까지 각종 무대의 예매가 빠르게 마감되며 연말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로 또 같이, 각자마다 연말을 보내는 방식이 다를 텐데요. 친구 혹은 가족과 거의 연말을 보내왔던 저는 올해는 혼자서 연말을 만끽할까 계획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추위로 아껴뒀던 겨울 코트를 하나둘씩 꺼내입기 시작한 계절입니다. 국내 유통 업계들이 앞다투어 블랙프라이데이의 파격적인 할인과 행사로 시선을 잡아끄는데요. 유혹에 약한 저는 괜히 ‘입을 옷이 없다’는 핑계로 구매 창을 들락날락하는 요즘입니다.

11월 셋째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을 선보여드립니다.


 영화   8번 출구

SNS에서 퍼진 영화 <8번 출구> 관람 후기 [사진 출처=X(구 트위터)/사진 제공=
SNS에서 퍼진 영화 <8번 출구> 관람 후기 [사진 출처=X(구 트위터)/사진 제공=(주) 미디어캐슬]

공포 맛집 일본...공포 ‘탈출물’ 개척

영화 <컨저링>, <주온> 등 예전부터 일본은 공포물을 잘하기로 유명했죠. 일본 귀신 근처에는 가지도 말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요. 공포 영화 원조 맛집인 일본에서 ‘탈출’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퓨전 음식과도 같은 장르를 개척했는데, 생각보다 국내 반응이 좋습니다.

영화 <8번 출구>는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듯 지하철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의 공포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무한루프 속에 갇힌 한 인물이 ‘8번 출구’를 찾아 탈출하려는 과정을 그린 영화는 익숙한 풍경이 어긋나며 만들어내는 불안과 공포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원작 게임이 공포 장르 팬들 사이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던 만큼, 영화 제작 소식부터 기대감을 모았던 작품입니다.

영화는 지난 1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44만명을 넘겼습니다. 이로써 영화 <8번 출구>는 올해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라는 쾌거를 얻게 됐죠. SNS를 중심으로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가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아직 OTT에 서비스되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흥행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언뜻 보면 B급 감성의 공포 영화처럼 보이지만 익숙한 출연진들이 보입니다. 일본 인기 그룹 아라시의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명실상부한 배우로 자리 잡은 ‘고마츠 나나’가 영화 <8번 출구>에 출연했습니다. 

게임의 영화화와 지하철 탈출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개봉한 영화 <8번 출구>는 개봉 시기가 지난 만큼 극장 철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탈출의 몰입감을 극장에서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전시  창동레지던시 입주보고서 2025: 다시- 장면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 모습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팔딱! 뛰는 예술의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미)이라고 하면 보통 경복궁 옆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을 주로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국현미는 이 세 공간 외에도 예술가들의 창작을 직접 지원하는 창동레지던시라는 곳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에 자리한 이 공간은 선발된 작가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으로, 넓은 작업실과 11개의 전시실을 포함한 전문 시설을 갖춘 곳입니다.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을 감상하는 미술관과는 다른, 창작 과정 자체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여겨지죠. 이러한 공간을 국가기관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국현미가 전시뿐 아니라 창작 인프라까지 직접 확보해 운영한다는 것은 한국의 미술 생태계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탄이죠. 

이번 전시에는 총 5개국의 8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시각으로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올해 입주결과전은 잊혀져 가는 풍경과 흔적을 다시 불러내 현재의 시각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지나가는 것들을 다시 붙잡으면서 ‘되돌아봄’의 경험을 제공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교차점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오늘 소개해드리는 국현미의 <창동레지던시 입주보고서 2025: 다시- 장면> 전시는 내일이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국현미 창동레지던시에서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하니, 주의 깊게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공연  쿠자(KOOZA)

공연 &lt;쿠자&gt; 무대 현장 [사진 제공=]
공연 <쿠자> 무대 현장 [사진 제공=]

떨어질까? 안무섭나?? 저걸 어떻게 해???

평균적으로 영화나 전시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공연 특성상 저는 화려함으로 눈이 만족할 때 공연에 대한 기억이 오래 남고 더 만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지금 소개해드리는 공연 <쿠자> 유심히 보셔도 좋습니다.

50개국에서 2억 명 넘는 관객을 사로잡아온 ‘태양의 서커스’는 전통 서커스의 곡예와 현대 공연예술의 연출을 결합한 독창적 무대를 선보이는 그룹입니다. 서커스를 잘 모르는 저도 태양의 서커스는 ‘한번 들어본 것 같다’ 싶은데요. 그런 태양의 서커스가 오랜만에 서울을 다시 찾아 화려한 무대로 연말을 장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커스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장면들이 있을 텐데요. 태양의 서커스단이 선보이는 <쿠자(KOOZA)> 역시 서커스의 정수를 그대로 담아낸 무대로, ‘휠 오브 데스’, ‘하이 와이어’, ‘컨토션’ 등 고난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서커스 본연의 역동성을 극대화합니다.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에너지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곡예사와 가뿐 호흡을 같이하다 보면 어느새 서커스의 무대에 흠뻑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화려한 무대의 끝판왕을 보여줄 <쿠자>는 내달 28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예전에 SNS에서 우울증에 걸린 언니를 계절 음식으로 위로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동생은 ‘죽고 싶다, 살기 싫다’고 하는 언니에게 겨울에는 호떡과 붕어빵으로, 봄에는 딸기 뷔페로, 여름에는 수박 주스로, 여름에는 군밤으로 언니를 꼬실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쯤이면 저는 이 에피소드를 떠오르곤 합니다. 언니를 살아내게 하기 위한 동생의 귀여운 유혹처럼 저도 계절 음식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합니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계절 음식처럼 독자분들도 한 계절 한 계절 자신을 위로하며 힘차게 살아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색다른 문화예술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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