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유동성 폭증과 높은 가계부채, 불안정한 주택가격 등으로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24일 한은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가계빚)은 1968조3000억원으로,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은 축소됐으나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매매 실거래가 지수에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1월 3.15%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으로, 부동산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금리 인하 부담 요소로 작용 중이다.
한은 이창용 총재 역시 완화적 통화정책 사이클은 유지하되, 금리 인하 시기와 규모는 새로운 경제 데이터를 분석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추세도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올라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물가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은이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두 달째 오름세로, 120.82(2020=100)로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이에 오는 27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금융안정에 방점을 맞춰 현재 연 2.5%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꾸준한 원인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세로 개선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은 환율 상승과 서비스물가 반등으로 예상보다 높아지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 여전히 과열 수준인 수도권 부동산시장과 환율 급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2.50%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경제전망이 유의미하게 상향 조정되고 있고, 정부의 부동산시장과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도 10월의 금리 결정을 '옳은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한은이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각오하고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인플레이션·노동시장 하방위험에 의견 갈리는 연준
12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관련, 최근 발표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복합적인 신호를 보내며 동결과 인하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공개된 10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이 “12월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고 했으며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연준 역시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음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보다는 경제 상황과 데이터를 관망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장도 이에 호응하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시장 참여자 중 60% 이상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연준 내부 의견이 갈리며 기준금리 0.25% 인하 가능성이 약 70%에 달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 여파로 뒤늦게 공개된 9월 고용보고서에서 일자리는 한 달간 11만9000개 순증했으나 실업률 역시 올라 혼란을 더했다. 이에 고용시장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존 윌리엄스 총재 역시 “가까운 시기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토퍼 윌러 이사는 지난 1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에 근접하고 노동시장 약화 근거가 있는 상황에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기를 지지한다”고 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셧다운으로 데이터가 확인되지 않아 혼란스러우나 인하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은 지속적으로 올라갈 위험이 있으나 현재 서비스 부문에서 물가상승을 잡아주고 있어 완만한 상승이 예상되고,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를 받고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준은 뚜렷한 하방위험 징후가 보이는 노동시장을 챙길 확률이 높다”며 “실업률을 조금 더 중시하기 때문에 현재는 AI 덕분에 전반적인 GDP 지표도 좋아보이지만 굉장히 많은 취약성들이 부각되고 있어 12월 FOMC에 임박할수록 인하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