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센인권변호단, 한센총연합회, 한센인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센인 피해배상액을 2000만원으로 책정한 것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결국 지난해 2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3000~4000만원의 배상액을 받게 됐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강제로 정관정제(단종) 및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받았던 한센인들에게 일괄적으로 2000만원씩의 배상액을 지급하도록 한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확정했던 3000~4000만원으로 배상액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는 강모씨 등 20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낙태수술을 당한 여성에게 4000만원씩, 단종수술을 당한 남성에게 3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단한 1심과 달리 피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200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은 “수술 후유증, 자녀 수, 복원수술 여부 등 개인적인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국가는 결국 모두를 같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개별적인 사정은 위자료 액수 산정에 참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낙태수술은 여성에 대해서만, 단종수술은 남성에 대해서만 행해졌는데 피해자들이 받았을 정신적 고통과 관련해 경중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같은 내용의 다른 한센인 소송에서 낙태수술을 당한 여성 10명에게 각 4000만원씩, 단종수술을 당한 남성 9명에게 각 3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센인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확정한 첫 사례로 꼽힌다.

이날 내려진 대법원 판결 역시 지난달 있었던 판결과 동일하게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한센인 피해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들의 형평성이 중요한데, 앞서 확정된 같은 사건과 배상액수가 달리 정해졌다”며 “단종수술과 낙태수술 피해자를 구별하지 않고 배상액을 2000만원으로 정한 원심은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한편, 한센인들에 대한 국가 통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한센인 환자를 격리 수용하기 위해 1916년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에 대한 강제 단종·낙태수술은 1935년부터 실시됐으며 1980~90년대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 한센병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2007년 정부는 ‘한센인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들의 피해사실을 인정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센인 540여명은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그 중 현재 5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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