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홍준표-김무성, 손잡고 친박 몰아낸 후 변화 감지
62개 당협위원장 교체…친박 몰락 중에 김무성은
홍준표 반발 여론 들끓으면 김무성 등판론으로
결국 반발 여론 진압 따라 홍준표 운명 달라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친박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후 홍 대표는 김 의원의 수족을 잘라버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대규모 교체한 것은 김 의원에게 희소식이 아니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공천권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홍 대표와 김 의원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의원은 우선 친박을 몰아내기 위해 손잡았다. 김무성 의원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태 의원을 친홍 대표주자로 내세워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 지난 12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 의원총회 1차 투표에서 김성태 의원은 과반을 얻어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김 원내대표의 탄생은 친홍계와 친김무성계가 손잡고 친박을 몰아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는 자유한국당에서 이제 친박은 몰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은 나눠 갖지 못해
하지만 권력은 나눠 가질 수 없는 법이다. 친박을 몰아낸 자리에는 누가 권좌에 앉을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홍 대표와 김 의원은 모두 한 동굴 안에서 살 수 없는 호랑이다. 결국 두 사람의 대결은 불가피하다는 소리다. 이번 당무감사(지역 당협위원장 교체) 결과에도 그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다.
이번에 62개 당협위원장 교체 결과가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협위원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왜냐면 당협위원장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내에는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려진다. 하지만 공관위가 지역의 세세한 사정까지 다 알 수는 없다. 때문에 당협위원장에게 상당히 의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협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 예비후보들의 공천권도 달라진다. 따라서 당협위원장 교체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때문에 당무감사는 홍 대표가 사용하는 1차 칼날이자 가장 강력한 칼날이다. 이번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유기준 의원 등을 쳐냈다. 친박계 원외 인사도 다수 교체 대상에 올랐다. 주중대사 출신이자 친박계인 권영세(서울 영등포구 을) 전 의원, 박민식(부산 북구강서구갑) 전 의원,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부산 연제구) 전 의원 등이다.
게다가 복당파 일부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서울 강서을, 강길부 의원이 맡았던 울산 울주군, 이진복 의원의 부산 동래군, 정양석 의원의 서울 강북갑, 김영우 의원의 경기 포천가평, 여상규 의원의 경남 사천남해하동, 홍철호 의원의 경기 김포 등이 교체 대상이 됐다. 현재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홍문표 의원의 충남 홍성예산,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상, 이은재 의원의 서울 강남병, 주호영 의원의 대구 수성을은 원래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다시 말하면 이들 복당파가 당협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는 홍 대표가 친박을 쳐내고 복당파를 통해 당권을 확실하게 장악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내 친박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계획이다. 그야말로 친박 대학살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친박을 당에서 확실하게 몰아내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김무성의 운명
문제는 김무성 의원의 존재감이다. 이번 당무감사에서 김 의원의 지역구(부산 영도·중구)는 교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김 의원이 당협위원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공천권 행사에 있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홍 대표가 김 의원의 공천권 행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을 몰아내기 위해 홍 대표와 김 의원이 손을 잡았지만 호랑이 두 마리가 하나의 동굴에 살 수 없듯이 언젠가 두 사람의 대결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친박을 몰아내면 결국 두 사람은 하나의 권력을 위해 다툴 수밖에 없고, 그 첫 대결이 역시 내년 지방선거 공천이 되리라는 것이다.
김 의원으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런 분위기다. 자신의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교체 대상이 돼야만 자신이 당협위원장에 앉을 수 있고,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당협위원장이 되지 못하면서 김 의원의 공천권 행사는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2월이 지나고 내년 1월부터 두 사람의 주도권 다툼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당 지도부에 김 의원 사람들이 많이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홍준표 대표 체제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는 우려감이 팽배해질수록 김 의원의 주가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홍 대표는 올해 안까지 당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만약 홍 대표의 바람대로 당을 혁신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면 홍 대표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의 운명
특히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로 인해 크게 반발하는 세력이 증가하고 있다. 홍 대표의 오른팔을 자처했던 류여해 최고위원은 오열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토사구팽’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서청원 의원은 ‘고얀 짓’이라면서 반발했다. 몰락한 친박과 탈락한 세력이 반발하기 시작하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그야말로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홍 대표가 얼마나 진압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만약 이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면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유지하게 되면서 ‘홍준표 불가론’은 크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당 대표 교체 여론이 뜨거워지면서 내년 상반기에 엄청난 파도가 몰아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김무성 등판론이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무성 의원 사람이라는 점을 살펴보면 당 지도부가 순식간에 김무성 대표 체제로 바뀔 가능성도 매우 높다. 홍 대표로서는 자신이 남느냐 상대가 남느냐의 기로에 놓인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