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전태일 50주기 추도식

전태일 열사 동상 ⓒ투데이신문
전태일 열사 동상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진선우 기자】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이 13일 오전 11시,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유족과 전태일재단 관계자, 민주·한국노총,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전태일 재단 주최로 열린 이번 추모제는 추도사 낭독, 추모가 합창, 노동상 시상, 유족 인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전태일재단의 이수호 이사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반지의 무게(자본주의)와 총칼의 질타(국가권력)에 구애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그가 못다 굴린 덩이를 우리가 굴리겠다”라며 “지난 50년 전태일의 이름을 부르며 연대하고, 다시 100년 평등 세상을 꿈꾸며 출발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약속한 규칙들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살기 위해 죽어가는 이 역설의 현실을 반드시 이겨내겠다”라고 말했다.

50년 전, 강렬한 외침 속 뜨거운 불꽃이 되어버린 그의 정신을 함께 하고자 이날 다수의 노동계 인사들 역시 마음을 모아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국가적 위기만 도래하면 노동자와 소외계층에게 고통은 전가되고 있다. 한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노동자와 서민이 함께 살기 위해서 더 이상 사회의 양극화·불평등과 노동의 위기를 방치할 수 없다”며 “한국노총은 단결과 연대를 높이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전태일 정신은 노동자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김재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태일 열사 기일을 맞이해 경건함과 고마움 그리고 우리의 각오를 담아 추모한다”며 “지금 우리 노동자들은 열사의 기일을 맞아 마냥 추모만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50년 전의 참담한 현실이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박상희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많은 IT 노동자들은 포괄임금제라는 이름으로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며,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미래를 이끄는 산업이라는 화려함과 자유로움과 열정으로 포장된 이미지 속에 IT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전태일 열사가 만드신 이 길을, 모든 IT 노동자들이 함께 행진하는 날을 위해 꾸준히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제 28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에서 김호철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왼쪽에서 세 번째)의 위원장이 수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제 28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에서 김호철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왼쪽에서 세 번째)의 위원장이 수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어서 열린 제28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에서는 개인 수상자 민중가요 작곡가인 김호철씨와 단체 수상자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전태일재단은 매년 ‘전태일 정신’을 계승한 노동조합·단체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수상자로 선정된 노동해방의 나팔수 김호철씨는 노동자의 투쟁과 애환에 노래라는 옷을 입혀 이 땅의 민중 속에서 헌신한 활동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만든 투쟁, 공짜노동이라고 불렸던 택배분류작업에 원청사의 인력투입을 이뤄내는 투쟁을 통해 연일 언론을 뜨겁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전 전태일의 마지막 절규이자 외침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노동자를 혹사시키지 마라”였다. 그가 떠난 지 벌써 50년이 흘렀어도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누구나 누리는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태일의 정신은 오늘도 모두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2020년에도 택배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한국사회의 암울한 노동현실에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전태일 3법(근로기준법 11조 개정, 노조법 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여전히 입법발의가 진행 중이며, 국민청원 역시 빗발치고 있다. 여전히 이 시대 또 다른 전태일이 더 나은 노동인권과 권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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