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연맹 2021년 유리천장 실태조사 발표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저축은행·카드사·보험사 등 제2금융권 여성 임원·관리 비율이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금융노조‧연맹)이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소속 사업장의 여성 채용 및 여성 관리자‧임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제2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이 전년 대비 1.1%p 증가한 5.9%로 나타났다.
사무금융노조‧연맹에 따르면 제2금융권 100여개 지부·노조 중 총 52개 지부 및 노조 소속 사업장 전체 여성 비율은 지난달 기준 44.1%(983명)에 달한다. 그러나 여성 임원 비율은 전년대비 1.1%p 증가한 5.9%(58명)에 불과했다.
여성 등기 임원 비율 역시 9.1%로(25명) 한 자릿수를 유지했다. 관리직의 경우 차장직급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16.9%(759명), 부장직급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10.5%(364명)로 확인됐다. 여성 임원 비율과 마찬가지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 여성 직원 비율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손해보험업종본부 소속 사업장의 여성 직원 비율은 52.6%(5531명), 생명보험업종본부 소속 사업장의 경우 51.3%(4324명)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그러나 손해보험업종의 여성 임원 비율은 5.4%(6명),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은 8.1%(17명)에 그쳤다. 생명보험업종의 여성 임원 및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은 각각 8.3%(16명), 9.1%(45명)로, 손해보험업종보다는 높았지만 실제 여성 직원 비율에 비해 낮은 수치다.
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신용보증재단 등이 소속된 여·수신업종의 경우 여성 직원 비율은 42.1%(4645명)이었으며 이 중 여성 임원은 5.8(15명)%,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은 5.7%(31명)로 파악됐다.
증권사 및 펀드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증권업종본부 소속 사업장의 경우 여성 직원 비율 자체가 37.4%(4875명)로 전체 평균보다 6.7%p 낮았다. 여성 임원 비율 역시 4.3%(14명) 수준이었다.
다만 증권업종의 경우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이 13.5%(229명)로 타 업종 대비 높았으며 연맹 일반사무 사업장과 직할지부 소속 사업장 역시 여성 직원 비율이 33.8%(1260명)로 평균보다 낮았다. 여성 임원 및 부장급 여성 관리자 비율 역시 각각 7%(54명), 8.5%(42명)에 그쳤다.
지난해 사무금융 여성위원회는 20여개 사업장 간부를 대상으로 ‘사업장과 조합 내 낮은 여성 대표성’을 주제로 한 대면 면접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간부들이 지목한 사무금융권의 유리천장 문제의 주요 원인은 △분리직군제(분리채용) 등을 통한 성별분업 강화 △성별에 따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활용 격차 △성차별적 조직 문화 등이 꼽혔다.
한편 제2금융권의 낮은 여성임원 비율 원인에는 남성의 육아휴직제도 사용 비율이 ‘9%’에 불과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사무금융노조·연맹의 설문에 응답한 51개 사업장에서 지난 한 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120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1327명 중 9%의 비율이다.
사무금융노조‧연맹은 돌봄 관련한 휴직 제도를 ‘여성만’ 사용할 경우, 여성은 자연스럽게 승진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무금융권에서 육아휴직 사용자는 평균고과(주로 B, B+)를 받거나, 육아휴직 기간을 평가 기간에서 제외 받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경우 빠짐없이 S등급(최고 등급)을 받거나 부서장의 추천 등이 있어야 겨우 승진이 가능한 불평등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분리직군‧분리채용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사무금융노조‧연맹 조사결과 업무 혹은 직군에 따라 채용 전형을 분리하고 있는 사업장이 63.4%(33곳)에 달하고, 학력(고졸, 초대졸 이상)에 따라 채용 전형을 분리하는 사업장 비율도 13.4%(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업장들은 여성을 채용할 때 고졸 혹은 초대졸의 학력을 원하고 지점에서 근무하며 고객서비스 및 계약, 지원이나 대면 서비스 관련으로 채용하는 경향이 높았다. 반면 남성을 채용할 경우 대졸의 학력과 본사에서 영업 또는 보상(보험), 기술직 등으로 채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무금융노조는 여성을 더 많이 채용하는 고졸, 지원직 등의 근무환경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고, 관리자 승진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사무금융권의 유리천장 문제는 ‘전체 여성 직원의 숫자’와 무관하게 ‘관리자 승진이 가능한 여성 직원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사무금융노조‧연맹 조사 결과 ‘채용 전형 및 업무, 학력에 따른 승진 한계선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52개 사업장 중 18개(34.6%) 사업장에서 ‘승진 한계선이 존재한다’라는 응답을 내놓았다.
반면 이러한 분리직군‧분리채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안인 ‘직군전환제’가 정례화 돼 있는 사업장은 8곳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직군분리제도 철폐, 사업장 여성 임원 및 관리자 할당제 도입, 성 평등 육아휴직제(남성 육아휴직 의무 사용 기간 설정, 사업주에 육아휴직 사용자 성비 공개 의무 부과 등) 사용 등을 제시했다.
사무금융연맹 이유나 여성위원장은 “제도 뿐 아니라 성차별 문화도 함께 개선해야 관련 제도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캠페인 및 성 평등 교육 사업을 통해 성차별 해소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노동자를 위한 중요 과제라는 사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