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에서는 고강도 노동과 스트레스, 이 과정에서 자행된 갑질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지난달 26일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귀가하지 않았던 청소노동자 A씨는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A씨가 근무했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며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동에 비해 일이 많은 편이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쓰레기가 많이 늘었고, A씨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기숙사 건물에서 매일 100L 쓰레기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들고 날라야 했다. 항상 손가락이 아프고, 심지어는 손이 저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은 근무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군대식 업무 지시와 갑질을 자행했다.
팀장은 청소노동자 회의를 만들어 필기구를 지참하지 않으면 감점하겠다고 협박했고, 업무에 불필요한 문제를 출제해 시험을 치르게 했다. 시험 후 채점해 점수를 공개함으로써 노동자들에게 모욕감을 안기고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이 밖에도 팀장을 포함한 관리자 3~4명이 함께 몰려다니며 청소 상태를 검열했고, 이로 인해 평소 하지 않는 청소까지 해야 했던 A씨는 업무량이 크게 증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노조는 이 같은 대학 측의 갑질과 높은 노동강도가 A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한다.
사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8월 제2공학관 건물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가 폭염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한 대 없는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노동계는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발하며 처우개선을 촉구해왔으나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노조는 “매년 2400여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고 있고, 서울대에서는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청소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음을 맞았다”며 “반복적인 산재 사망의 원인은 서울대의 겉 보기식 조사와 대책, 관리자의 갑질, 증가하는 노동강도에 대한 무책임이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그럼에도 서울대는 고인의 사망에 책임이 없다는 듯 선을 긋고 아무런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더 이상 청소노동자들의 죽음을 두고 볼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후 예방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노조는 유족과 함께 서울대 측에 △진상 규명 위한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노동환경 개선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