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하림 푸드로드] 닭고기 명가 찾아가다
고급 재료를 자동화설비에서…제품 차별화 ‘핵심’
20시간 끓이는 라면 육수와 보존제 없앤 즉석밥
내년 말 온라인 물류센터 완공…유통과정 줄인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신선한 식재료가 아니면 쓰지 않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출시하지 않는다”
국내 육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하림의 식품 철학은 ‘자연·신선·최고’에 방점이 찍힌다. 값싼 인스턴트 대신 맛의 고급화를 추구하며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저가 재료나 적당한 생산 공정에서 타협하지 않는 만큼 가격 논란이 따라붙기도 한다. 하림이 만드는 ‘The(더) 미식 장인라면’ 가격은 2200원으로 시중 라면보다 3배 가까이 비싸며, 야심차게 내놓은 즉석밥 또한 고가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에 기자는 지난 9일 하림의 닭고기와 간편식 공정을 두루 살펴보기 위해 전북 익산에 방문했다.
현재 하림은 익산 망성면 ‘닭고기 종합처리센터’(13만5445㎡)와 함열읍에 위치한 ‘퍼스트키친’(12만3429㎡)을 합쳐 푸드로드로 칭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말 들어설 온라인 물류센터까지 더해지면 생산부터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장하는 ‘푸드 트라이앵글’이 완성된다. 이를 통해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한다는 것이 하림의 포부다.
닭고기 하면 하~하림!…신선하게 완성되는 ‘육계명가’
하림은 ‘닭고기 하면 하림’이라는 CM송으로도 잘 알려진 국내 업계 1위 육계 기업이다.
하림의 푸드로드는 모두 지근거리에 위치해 도계부터 식품 가공까지 한번에 이뤄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도계가 이뤄지면 하림푸드 및 퍼스트키친에서 닭고기 관련 제품을 생산해내는 구조다.
이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지난 1991년 세워진 국내 최대 도계 가공 공장인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다. 지난 2019년 리모델링을 통해 스마트공장으로 거듭난 이곳은 첨단 설비와 함께 동물복지·환경친화적 시스템을 갖췄다.
그래서인지 기자가 상상했던 도계공장의 모습과는 달리 잘 정돈된 조경과 유리벽으로 마감된 빌딩 등 깔끔한 외관을 자랑했다. 수탉과 암탉, 병아리로 구성된 ‘하림의 아침’ 조형물을 마주하고서야 닭고기를 취급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림의 차별점은 겉모습 뿐 아니라 실제 공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업장이 보이는 복도에 진입하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신선함을 위해 작업장 전체 온도를 낮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된 만큼 꼭 필요한 곳에만 인원을 배치하는 모습도 보였다.
닭에게 고통을 덜 주면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가공 공정도 눈에 띄었다.
‘가스스터닝’ 과정은 도계 직전에 전기 충격 대신 가스로 닭을 재우는 작업이다. 닭의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방혈 과정에서 신선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적인 전기 충격 방식을 사용하면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신선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하림 측의 설명이다.
도계된 닭은 물에 담그는 워터칠링 방식 대신 냉풍으로 서서히 냉각시키는 ‘에어칠링’ 작업을 거친다. 냉풍이 부는 총 7㎞ 길이 라인을 200분간 지나도록 해 중심부 온도를 2℃까지 떨어뜨린다.
기존 워터칠링 방식의 경우 해동 시 육즙이 물과 빠져나오면서 맛이 떨어지고 위생 면에서도 불리하다. 에어칠링을 거친 하림의 닭을 직접 만져보니 얼음장같이 차가운 온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림은 도계 후 4시간 이내 동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닭은 포장 후 콜드체인으로 보관돼 유통된다. 원종계·종계·육계 사육부터 알의 부화, 도계, 유통 및 판매과정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먹는 치킨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1년하고도 5개월 남짓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림 관계자는 “오늘 우리가 먹는 치킨은 512일 전부터 계획된 치킨”이라고 말했다.
비싸도 최고재료로 맛있게…‘미식’ 내세운 하림 간편식
미식이란 맛있고 좋은 음식을 말한다. 하림은 새로이 선보이는 가정 간편식의 간판으로 바로 이 ‘미식’을 내세웠다. 기존 인스턴트와 저렴한 가격으로 인식되던 간편식을 까다로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최고 품질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이름만 거창한 것은 아니다. 하림은 미식가들도 만족할 만한 프리미엄 HMR을 목표로 하고 장인라면과 즉석밥, 유니자장면 등의 원재료부터 제품 생산 공정과 공법 자체를 달리 하고 있다. 자연히 기존 HMR 대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닭고기 처리센터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이 같은 미식 라인 제품이 만들어지는 ‘하림 퍼스트 키친’이다. 퍼스트 키친이란 최근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요리보다는 간단한 조리가 주로 이뤄진다는 데서 착안한 이름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제품을 가정, 즉 두 번째 주방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퍼스트키친은 ▲신선한 재료와 자연소재 ▲최첨단 요리설비 ▲미식 연구개발 등 3가지 ‘시크릿 레시피’를 바탕으로 3개 동으로 이뤄졌다.
K1 공장에서는 튀김과 만두류, 국·탕·찌개·육수류 등 HMR이 만들어지고 K2 공장에서는 ‘The미식 장인라면’, ‘The미식 유니짜장면’ 등이 생산된다. K3 공장에서는 ‘The미식 밥’ 등이 만들어진다.
퍼스트키친에는 입장 전부터 덧신을 신고 입장해야 하는 데다 각 구역 이동 시마다 신었던 덧신을 갈아신는 등 청결과 위생에 신경 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장 내부 또한 Class 100(1세제곱피트(약 28.3ℓ) 정육면체 공간 내 직경 0.5㎛ 부유물이 100개 이하인 상태) 수준의 클린룸 등 최첨단 설비를 활용해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림 제품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라면에 유탕면이 아닌 건면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120도 이상의 열풍을 불어내는 노즐을 면에 최대한 밀착해 위, 아래에서 동시에 건조시키는 ‘Z-Nozzle 공법’을 통해 더 쫄깃한 식감을 만들 수 있다. 또 수분 함량이 낮아져 유통기한도 길어진다.
The 미식 장인라면의 경우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버섯을 우려낸 육수에 양파와 대파, 청양고추, 고춧가루 등을 넣고 20시간 끓여 액상 스프를 만드는 한편 나트륨 함량도 낮췄다.
백미밥 포함 잡곡밥, 귀리밥 등 11종 라인업을 완성한 The 미식 밥은 이전에 출시한 ‘하림순밥’이 업그레이드돼 출시된 제품이다. 변질을 막기 위한 첨가제 없이 100% 물로만 밥을 짓고 있다는 점이 하림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뜸 들이는 과정에서 뜨거운 물을 분사해 내부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고, 밥과 뚜껑 사이 공기층이 형성돼 밥 윗부분이 눌리지 않는다. The 미식밥을 먹어보니 실제로 밥알이 알알이 살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림은 퍼스트키친 K1~3동 사이에 내년 말 완공 예정인 대규모 온라인 물류센터 공사를 진행 중이다. 퍼스트키친에서 생산된 제품을 물류센터로 옮겨 소비자에게 즉시 배달할 수 있는 직접판매(D2C) 플랫폼을 만들어 유통 단계를 줄인다는 취지다.
하림 관계자는 “동북아 식품시장 수출 전초기지 구축을 위해 익산시에 하림푸드 트라이앵글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추후 공장들은 브릿지로 연결돼 소비자 주문 즉시 배송되는 시스템까지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획: 김효인기자의 내맘대로 레트로 시리즈, 물티슈의 배신 시리즈, 젠더 이코노미 시리즈
좌우명: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