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최저가 약속 탓에 롯데온 주문 돌연 취소
판매자 외면·중개 플랫폼 뒷짐에 애먼 소비자 피해
시민단체 “플랫폼도 분쟁 책임지도록 제도 정비돼야”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롯데온에서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인플루언서 공구(공동구매)보다 제품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일방적 주문 취소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판매자의 미흡한 대처도 문제지만 롯데온이 중개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본보 취재 결과 최근 얼짱 출신 방송인 홍영기가 ‘최저가’로 홍보한 공구(공동구매)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제품을 롯데온에서 더 싸게 팔자 해당 사이트 주문을 전면 취소하게 해 애먼 롯데온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홍영기는 지난주 아디다스 브랜드 언더웨어 상품에 대한 공구를 진행했다. 해당 제품은 당초 가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제품을 생산한 ‘C’ 업체가 아디다스와 정식 라이선스(브랜드의 상표권이나 저작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제품의 가격에서 비롯됐다. 홍영기가 판매하는 언더웨어 제품은 6만2000원으로 최저가라고 홍보됐지만 동일제품이 롯데온에서는 1만원 넘게 저렴한 4만9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던 것.
이를 인지한 홍영기는 롯데온의 판매가가 잘못 표기된 것이라며 본인이 판매하는 제품이 최저가가 맞으니 롯데온의 주문건은 취소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홍영기는 공지를 통해 “제 불찰로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사이트를 파악하지 못한 점 사과 말씀드린다”며 “더 낮은 가격은 라이선스 본사와의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게 협의되지 않은 가격을 임의로 올려둔 것이며 공구 기간에 저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한 타 사이트는 모두 환불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실제 롯데온으로 접수된 주문이 전면 취소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됐다. 롯데온에서 구매한 일부 소비자는 인플루언서 공구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방적 주문 취소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애초에 롯데온 판매자가 가격을 잘못 고지한 것이라는 홍영기의 설명과는 달리, 롯데온에서는 주문 취소 사유가 ‘주문 폭주’로 인한 것이라는 안내가 나가면서 소비자 불만은 더욱 커졌다. 똑같은 답변을 이른바 ‘붙여넣기’ 하는 무성의한 대처도 입길에 올랐다.
롯데온 사이트 질문란에는 롯데온과 판매업체의 대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 의견이 다수 게재됐다.
한 소비자는 “인스타 공구 진행 가격보다 낮아서 주문한 걸 취소한다고? 자기네들이 일 처리를 똑바로 못한 걸 구매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 뭔가”라며 “스타 공구팔이 때문에 엄한 사람이 피해 보게 생겼다. 소비자원에 신고하겠다”고 꼬집었다.
다른 소비자도 “소비자에 대해 납득과 이해를 시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이 온갖 핑계와 변명과 거짓말로 소비자를 농락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라며 “여기서 답변을 해주지 않아 인플루언서 SNS 뒤져가며 이유를 찾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C’ 업체 담당자는 대부분의 질문글에 “안녕하세요. 먼저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차후 동일한 사항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업체가 대금을 받은 뒤 받은 주문을 취소하면서 3일 내 그 사유를 정확히 알리지 않거나 거짓 이유를 알릴 경우 위법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C’ 업체에 정확한 주문 취소 사유와 미흡한 대처에 대해 취재 요청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처럼 판매자 간에 발생한 문제로 소비자가 애꿎게 피해를 입은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상거래법 상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는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격 오류 등 판매자가 실수한 경우에는 이미 완료된 주문이라도 취소가 가능하다”며 “해당 건의 경우도 환불이 즉시 이뤄졌다면 사실상 판매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중개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한 발 빠진 롯데온의 미온적인 대처도 아쉬운 대목이다. 중개 플랫폼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판매자’가 아닌 ‘중개자’로 분류돼 법적으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오픈마켓’으로도 불리는 해당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사이트 내 제품 설명과 구매자 후기 등에만 의존해 물건을 구매한다. 이에 위조상품(짝퉁)을 판매하거나 설명과 다른 제품을 제공하는 등 분쟁 소지가 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 플랫폼의 브랜드를 믿고 사지만 분쟁이 생기면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앞서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자체 약관을 개정하는 등 자구책 마련과 홍보에 나섰던 만큼, 보다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롯데쇼핑은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책임지는 내용으로 약관을 개정한 바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부터 제35조 9항 회사의 면책 관련 약관을 신설해 적용했다. 기존 ‘개별 판매 회원이 사이트에 등록한 상품과 관련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조항에 ‘회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이용자의 손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약관을 추가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은 “이른바 최저가 마케팅의 경우 가격이 낮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높아지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사례처럼 판매자가 최저가 약속 이행을 위해 다른 채널의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면 애먼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중개 플랫폼의 수수방관도 문제다. 엄연히 중개수수료를 받아가는 만큼 문제가 생길 경우 판매자에 대한 제재를 하거나 중재에 나서는 등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도 책임을 지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온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중재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온 관계자는 “당사는 중개 플랫폼인 만큼 제품의 판매와 취소는 판매자 재량이기에 관여하기 어렵다”며 “다만 주문취소의 경우 고객 경험을 망치는 일인 만큼 항상 판매자들에게 있어선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분쟁 사례가 발생하면 플랫폼 차원에서도 최대한 중재에 나선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도 판매자와 소통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판매자가 구매자와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 플랫폼에서 경고나 판매를 제한하는 등 일시적으로는 제재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조치는 어렵다”며 “판매자에 대한 조치가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되레 갑질 논란이 일 수 있어 이래저래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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