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최근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사태 관련 중징계를 처분 받아 연임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징계 관련 대응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회장은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향후 거취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금융그룹은 사외이사들과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진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었다. 이날 이사회는 손 회장의 징계 사안을 공유하고 관련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손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려진 징계처분과 우리은행 횡령사고 등 연임에 걸림돌이 만만치 않아 대응에 대한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자추위에서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의 징계처분에 대한 대응 여부와 연임, 거취 등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며 “다만 우리금융그룹 전반에 걸친 조직적 영향을 고려해야하는 만큼 연말까지는 뚜렷한 방향이나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경고로 나뉜다. 손 회장이 받은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되며,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돼 연임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손 회장은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손 회장이 승소했다. 금감원은 이에 상고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손 회장은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지난 9일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린 문책경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손 회장이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DLF 사태 때와 같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후 순차적으로 법적 다툼을 이어가야 한다.
DLF 문책경고에 대해서는 징계 4일 만에 대응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숙고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업계에서도 손 회장의 연임을 두고 다양한 관측들이 오가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연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금감원이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 사고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만약 횡령 사고에 대해서도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가 내려진다면 연임을 위해 추가 소송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이어지는 금융당국의 우회적 압박 발언도 손 회장의 거취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금감원 이복현 원장은 지난 10일 손 회장의 징계 결정과 관련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관계자 사이에선 이 원장의 이러한 발언이 지난 연임에 성공할 수 있게 했던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염두에 두고 사전 차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 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이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최고경영자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며 은행지주 이사회를 향해 경영진 선임에 대한 뼈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에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이 원장이 손 회장에게 말한 ‘현명한 판단’은 사실상 소송을 하지 말라는 메세지로 금융권에 또다시 관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