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첨예해 ‘공염불’ 될 수도
국회의장, ‘법정기한 내 결론내자’
“차차기부터 하자”는 주장도 나와
野, 비판적...“비례대표 강화 필요”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화두로 던진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김진표 국회의장은 법정기한 내 마무리를 목표로 세부 일정까지 제시하며 관련 의제를 쌍끌이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 처리를 위한 법정 시한과 정당별, 개별 의원별 이해관계가 첨예해 자칫 공염불에 그칠 공산도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의장은 4일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한 자리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그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 봤다”며 다음달 중 복수안을 내 3월 안에 법개정까지 결론내자며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복수안을 내놓으면 전원위원회를 열어 모든 국회의원이 의사 표시를 하고 이를 중심으로 300명 중 200명만 찬성하는 안을 만들면 어떻겠나”라며 “한 달이면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에 이 정무수석은 “제가 발품을 팔아 중요한 역할을 잘 하겠다. 국회에서 이 부분 논의가 진솔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하라마라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국회가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견 모으기 어렵겠다는 느낌”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도 이날 선거구제 개편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가급적 한 지역구당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체로 공감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제각각인 만큼 의견을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에 내달까지 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자당 정개특위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마친 뒤 “워낙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 의견 모으는 게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며 향후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대선거구제 논의 방향에 대해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어서 장·단점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 최종적으로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견을 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도 “각 당내 의원들의 입장이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며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도 부산 지역 의원은 빠르게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고, 호남 농촌 지역 의원들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일단 정개특위 위원들을 비롯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초안을 만든 뒤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전체 의원들의 총의를 반영한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법정기한인 오는 4월 초까지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국회의장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 의장은 다음 달까지 각 당에서 개정안을 제출하면 국회의원 전원(299명)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임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2024년이 아닌 차차기 총선부터 시행하자는 방안도 냈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다음 총선에 반영한다면 이해관계 조정이나 의원·유권자 의견을 다 조정하기 어려워 도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재명, “비례대표 강화” 강조
더불어민주당 역시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일단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조만간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관련 질문에 대해 “지금은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라 개인적 의견이라도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과거와 달리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과거에) 정치개혁, 정치교체를 말할 때도 (비례대표 강화를 얘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여당과 사전에 협의된 게 아니고 즉흥적인 제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제도는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결국 제도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이 밝히며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이는 자칫 ‘중진’ 의원들의 기득권을 고착화하는, 신인 정치인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국민의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선거제도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