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쳘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예정된 이동권 보장 촉구 지하철 선전전을 위해 지하철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쳘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예정된 이동권 보장 촉구 지하철 선전전을 위해 지하철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서울교통공사와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 따른 손해배상 여부를 놓고 본격 법정 다툼에 돌입할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는 지난 2년 동안 지하철 시위를 진행한 전장연 측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의 2차 조정안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사는 “법원의 2차 조정안에는 1차 조정안에서 문제가 됐던 ‘5분 이내’ 항목이 삭제됐다”며 “따라서 기타 고의적인 열차 지연 동반 시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장연 측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가거나, 휠체어 수십 대가 역마다 승하차를 반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열차 이용으로 열차를 지연시킨 사례가 있다”며 “이러한 시위가 고의적인 지연을 발생시킴에도 허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정안을 수용키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지연행위 시 500만원 지급’ 조항에 명시된 지연행위에 대한 기준도 불명확하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예로 전장연 측이 시위 중 전동차 3대에 나눠 탑승하며 열차를 고의로 지연시켰을 경우, 이를 지연행위 3회로 볼 것인지 또는 전체 시위 중 1회로 볼 것인지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공사의 입장이다.

공사는 “후자로 해석할 경우 장시간 열차 운행을 방해하고 500만원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사는 채권·채무 부존재 조항의 범위가 모호하다고 짚었다. 공사는 “시위 중 깨물리는 등 폭행을 당했던 직원 개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해도 ‘아무런 채권·채무가 없음을 서로 확인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사는 “장애인·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불법적인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그에 합당한 금액을 배상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소송에 성실히 응해 이와 같은 선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사는 지난 2021년 1월 22일부터 11월 12일 사이 7차례 진행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운행 지연 피해를 봤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전장연에게 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5분 초과해 지연될 시 공사에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1차 강제조정안을 냈다. 당시 전장연은 조정안을 수용한 반면 공사와 서울시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법원은 이달 10일 지연 시간 조건을 제외한 2차 조정안을 제시했다.

2차 조정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공사는 손해배상 청구액을 5145만원으로 인상하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며 전장연 측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더불어 이달 6일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동안 전장연이 총 75차례 진행한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해 6억145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기도 했다.

전장연 측도 법원의 2차 조정안에 대해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전날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지하철 선전전에서 “법원에 2차 조정문에 대한 불수용 입장을 전달했다”며 “곧 본 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대표는 “1차 조정문에서는 지하철에 5분 이내에 탑승하도록 명시했지만, 2차 조정문에는 해당 문구가 삭제됐다”며 “지난 19일 서울시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서울시가 면담 형식과 장애인단체를 갈라치기하는 것을 본 이후 면담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오 시장이 방송에서 관치의 힘으로 법치를 흔드는 발언을 했고, 2차 조정문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다만 전장연은 오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개별 면담을 요청했다. 같은 날 박 대표는 “오 시장에게 다시 한번 사회적 대화를 원한다”며 “저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할 의지가 있으니 폐쇄적인 대화가 아닌 공개적으로 풀어갈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26일 전장연과의 내달 2일 오후 중 단독면담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은 면담 형식을 두고 더 이상 시민 출근길에 지장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시는 전장연에 이어 다른 장애인단체와도 릴레이 방식으로 면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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