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왕산·충남 홍성 등 전국 34곳서 산불 발생
고온 및 건조한 날씨·강한 바람이 주원인으로 꼽혀
소방당국 “긴급중앙통제단 가동…총력 대응 중”
기상청 “입산 자제·야외 활동 시 화기사용 주의”

지난 2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산림청 헬기가 화재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산림청 헬기가 화재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전국에 건조특보 내려진데 이어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3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날 서울 인왕산을 포함해 전국 총 34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경북 군위군 등 30곳의 산불이 진화됐으며, 홍성과 금산(대전) 이외에도 충남 당진, 충북 옥천까지 모두 4곳이 진화 중이다. 

이날 소방당국은 전국 동시다발적 산불 확산에 따라 긴급중앙통제단을 가동하고 소방청 직원들을 비상소집했다. 긴급중앙통제단은 국가적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을 위해 꾸려지는 소방청 산하 임시 조직이다.

산불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주원인으로 기상청은 며칠째 이어진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을 꼽았다.

산불이 집중 발생한 중부 내륙 지방은 비가 오지 않는 무강수일이 80일에 달하는데 이어 산 너머로 덥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 현상’이 겹치면서 더욱 건조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자, 산림청은 지난달 30일부터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한 바 있다. 충남 홍성과 금산, 대전시에는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현재 대부분 지역 실효습도는 50%를 넘지 못해 오는 5~6일 전국에 비 소식이 있기 전까지 대기가 매우 건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5시간 만에 진화된 인왕산

전날 오전 11시53분경 인왕산 북동쪽 자하미술관 인근 6부 능선에서 발생한 산불이 25시간 만에 완전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인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축구장(7140㎡) 21개 면적인 임야 15㏊가 소실됐다.

소방당국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주민센터 앞 임시상황실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오후 1시 27분경 인왕산 산불이 완진됐다”고 발표했다.

소방방국은 “인왕산 산세가 험해 화재 진압 활동에 애를 먹었다”며 “특히 쌓여 있는 낙엽 속에 잔불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하나하나 낙엽을 긁어내며 진화작업을 해 완진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당시 불길은 바람을 타고 정상 부근까지 번졌고 반대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까지 연기가 확산했다. 이에 개미마을을 중심으로 120가구 주민들은 홍제주민센터, 인왕중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이날 화재 진압과 주변 수습 등으로 장비 123대와 소방·경찰 등 인력 약 4200명이 동원됐다.

소방당국은 오후 5시경 큰 불길을 잡은 뒤 대응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해 잔불 정리에 돌입했다. 이어 오늘 오전 6시 30분 헬기 4대 및 소방 등 인력 1337명 동원해 완전 진화를 목표로 총력 대응했다.

도심 한가운데서 대형 산불이 발생함에 따라 온라인 상에 연기, 헬기 등 목격담이 여러차례 게재되기도 했다. 

앞으로 소방과 경찰은 화재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채 합동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지난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지난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틀째 이어지는 홍성·대전 산불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이 지났음에도 꺼지지 않고 있다.

산림청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여전히 대응 3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3일 오전 9시 기준 진화율은 69%이며, 산불 영향 구역은 965㏊로 추계됐다.

다행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마을 주민 20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주택 30채 및 창고 30동, 문화재(양곡사당) 1동 등 62채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피해 규모는 더 증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소방당국은 오전 6시 20분경부터 진화 헬기 16대와 진화대원 2887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또한 같은 날 오후 12시19분경 대전 서구 산직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현재 진화율 70%로 파악됐다. 산불 영향 구역은 398㏊ 규모다.

산불은 대전 서구와 충남 금산군 복수면과 경계에서 발생해, 현재 대전시장과 금산군수가 산불현장통합지휘부를 구성해 진화를 지휘 중이다.

이번 산불로 민가, 암자 각각 1동씩 총 2동이 소실됐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주민 총 894여명이 주민센터 등에 몸을 피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3일 대전 산불현장에서 마련된 브리핑에서 “오늘 중 완진을 목표로 헬기를 투입하는 등 진화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 2일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을 찾아 서울 인왕산, 충남 홍성 등 주요 산불현장의 진화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 2일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을 찾아 서울 인왕산, 충남 홍성 등 주요 산불현장의 진화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 각지서 화재 잇따라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큰 산불이 나 민가가 불에 타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충북 옥천 군북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이틀 동안 꺼지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3일 오전 6시 20분 헬기 4대 등을 동원해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진시 대호지면 사성리 산 168번지 정상부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오후 2시 기준 진화율 78%로 파악됐다. 

전역에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강원도 철원, 원주에서도 산불이 났다. 전날 오후 3시경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의 사유림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 등이 헬기 3대와 장비 24대, 인력 195명을 투입했다. 이후 오후 5시 26분경 큰 불길을 잡았다.

같은 날 3시 28분경에는 철원군 동송읍 오지리에 위치한 한 야산에서 화재가 잇따른 가운데 산림 0.5㏊를 태운 뒤 2시간여 만에 꺼졌다.

이날 서울 북악산에서도 연쇄적으로 산불이 났으며, 경기도에서도 오전 11시 12분경 화성시 양감면 야산, 오전 11시 23분경 양평군 지평면 야산, 오전 11시 57분경 남양주시 와부읍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북 군위군 소보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각에 산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기상청은 “전날 전국 곳곳에 산불 소식이 있었다”며 “오늘도 낮 동안에는 바람이 약간 강하고 동풍이 강하게 들어오는 경상권에는 특히 더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입산을 자제하고 산행이나 캠핑과 같은 야외 활동 시 화기사용에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며, 쓰레기 소각이나 논밭 태우기도 금지해 불씨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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