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설립 부지, 전남 순천으로
김승남 의원 “부지제공협력 등 업무협약 일방적 무시”
우주산업클러스터, 인구감소‧고령화 직면한 고흥의 숙원
한화에어로 “고흥 산단 조성 이후 연계성도 고려한 것”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설립 부지로 전남 순천시를 선정하면서 고흥 지역의 정치권과 주민들이 반발에 나섰다. 고흥군민들은 역대 정부의 우주산업클러스터 구축 공약으로 규제를 받아왔음에도 정작 주요 산업 유치에는 배제됐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은 21일 오전 나로우주센터 일원에서 제13회 고흥 우주항공축제 개막식을 열었다. 축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며 우주과학 관련 200여종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축제는 그 취지와 규모에서 고흥군이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우주산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설립 부지 순천 결정은 고흥이 꿈꾸던 우주산업클러스터 구축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4일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라 순천을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부지로 선정, 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조립장은 발사체의 각 단을 제작하고 기능을 점검하는 시설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1년부터 고흥군과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왔다. 고흥군은 단조립장 부지를 비롯해 아파트, 기숙사, 셔틀버스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우주산업클러스터 계획이 확정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형 발사체 사업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상황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순창과 창원을 포함해 평가한 후 최종 설립 부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고흥을 지역구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실은 이 과정에서 고흥군과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승남 의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고흥군과 ‘부지제공협력 등 업무협약’을 해 온 터라 당연히 단조립공장은 고흥나로도 인근에 건설할 것이라 믿어왔다”라며 “그러나 순천과 창원을 후보지에 포함시켜 최종 부지를 결정하겠다고 2월초 일방적으로 통보해왔고 4월 14일 기습적으로 순천 최정결정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흥 우주발사체클러스터 구축과 국가산업단지 지정이라는 국가시책에 반하는 결정이며 반지역균형정책, 농어촌 등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행위다”라며 “기업도 지역민의 신뢰가 구축돼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일어나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화가 책임져야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엄포했다.
공영민 고흥군수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표 이튿날 입장문을 내고 “(고흥군은) 우주발사체산업의 거점 조성과 그에 따른 지역경제 활력을 위해 발사체 앵커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전례 없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제안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사업의 시급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순천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우주산업클러스터의 상징성 측면에서 연관 산업의 운영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언급했듯 고흥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도 우주산업클러스터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고흥군의 인구는 6만3000여명인데 매년 3000~4000명의 주민이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흥은 전라남도 22개 시군 중에서도 고령화율이(42.7%) 가장 높다. 우주발사체 국가산단을 통해 외부 인구가 유입되지 않으면 어느 시군보다도 빠르게 지역이 소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우려한 고흥군민 500여명은 지난 18일 서울시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단조립장 순천 건립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결정이 관련 부품 생산 기업들의 부지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주민 보상이 있긴 했지만 부지 자체를 계속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 2001년 이후 20년 넘게 우주센터 하나 만들어 놓은 것 외에는 기업이 들어오지도 못했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1~2년 넘게 협상을 해오던 기업이 협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니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흥은 전남에서 고령화율이 제일 높다. 지역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한화가 이렇게 나오면 다른 부품 생산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테니 위기감을 안 느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양한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고흥에 산단이 들어섰을 때의 연계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경제성이라든 단조립장의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했다. 또 저희가 맡고 있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과 향후 정부우주산업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순천이 적합하다는 것이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 결과였다”라며 “저희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했던 것이 대외적으로 다르게 비춰지는 부분도 있는데 고흥의 산단 조성 이후 연계성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순천으로 결정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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