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적 도축·가공 위한 근거법 필요”
“식용견과 애완견 구분해 생각해야”
김지향 시의원, ‘과태료 500만원’ 발의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서울시의회의 조례 추진 방침에 관련 종사자들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육견업계는 조례에 앞서 개고기를 위생적으로 도축·가공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원활한 업종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영등포4)은 8일 오후 시의회의원회관에서 자신이 발의 한 ‘개·고양이 식용금지 조례’ 관련 정책간담회를 열어 육견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한육견상인회 관계자 A씨는 “과거 정부가 (육견업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사육 허가에 지원금까지 줘 놓고 지금 와서 (개고기가) 혐오식품이라고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는 “6~7년 전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모란시장 (육견) 상인들이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면 좋겠다고 해서 교육도 받는 등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사자들에 대한 생계 대책 없이 무조건 법으로 밀어붙여 1년 후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식용견과 애완견을 구분해 생각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육견협회 관계자 B씨 역시 “개 사육 인허가를 정부에서 내줘 농장 시설에 몇억원씩 투자했는데, 이제와서 법으로 규제한다고 하면 종사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동물보호단체들의 여론을 앞세워 이슈몰이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적인 일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편향성을 지적했다.
C씨는 “정치는 사회적 갈등과 충돌을 중재하고 완화시켜 정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법이라는 게 상식인데, 특정 단체 의견만 반영하는 입법은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규정된 가축의 범위에 개도 포함시켜 도축 환경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의원이 간담회에서 “이번에 제가 발의한 조례는 도축 환경이나 위생 상태 등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도축·유통 과정의 ‘위생 불량’ 문제를 언급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육견협회 관계자 D씨는 “업계에서 수없이 법에 의한 도축 관리를 해달라고 했지만, 정부는 ‘국민적 합의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해 왔다”며 “갈등 관계에 있는 국민들이 있다고 해서 (법에) 집어넣지 않는다면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먹는 음식의 위생과 안전관리를 기본적으로 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며 “위생상태가 불량한지 아닌지는 특정 기준이 있어야만 규정할 수 있다. 법에 넣지도 않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일 개와 고양이의 식용 금지를 위한 시장의 책무와 실태조사, 식용 금지 지원 사업 및 과태료 등을 규정하는 해당 조례안을 대표발의 했다.
조례안은 서울시가 원산지 등이 불명확한 비위생적인 개고기 취급 실태를 집중 단속하고, 개고기 취급 업체 등의 업종 변경을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태료 부과 유예기간(공포 후 1년)도 설정했다.
한편, 제10대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된 ‘개고기 금지’ 관련 조례안은 상정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바 있다. 이번 조례안의 경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원내대표단은 향후 심의 과정에서 여론 추이를 더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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