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리 징수’ 관련 방송법 시행령 개정
KBS “공영방송 존립 위협” 강력 대응 예고
野 “김 직무대행의 위원회 운영, 위법” 주장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KBS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5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따르면 방통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 작업을 본격화했다. 대통령실이 행령 개정을 권고한 지 9일 만에 방통위는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TV방송수신료는 KBS와 EBS 방송을 TV 수상기로 시청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을 의미한다.

개정안은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된다’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당 보고 안건 접수 여부에 대해 3인 위원이 표결했으며, 2대 1로 가결됐다. 정부·여당 측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은 찬성한 반면, 야당 측 위원인 김현 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상인 상임위원은 “국민과 국회가 KBS에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고 자구 노력을 하라고 촉구해 왔음에도 KBS는 개선 노력이 부족했고 정치적 편향성, 공정성 시비 논란을 일으켰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반대 의사를 드러낸 김현 상임위원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3인 체제 방통위에서 의결하는 게 맞느냐”고 지적하며 회의가 끝나기 전에 퇴장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최근 면직 처리된 바 있으며, 김창룡 전 방통위원 후임 위원이 임명되지 않아 현재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등 3명이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상태다.

방통위는 이번 주 안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후 규제 심사를 거친 뒤 개정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방통위 의결 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 및 의결까지 될 경우, 대통령 재가를 거쳐 3개월 내로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의철 KBS 사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김의철 KBS 사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강경대응 예고한 KBS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KBS가 같은 날 입장문을 발표하며 유감을 드러냈다.

KBS는 “다른 경쟁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2500원의 수신료로도 KBS라는 공영방송이 유지될 수 있었던 기반은 최상의 효율이 입증된 통합징수 방식 때문”이라며 “이를 분리징수로 변경하게 되면, 부당한 납부 회피와 저조한 납부율, 과다한 비용 소요, 징수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되며, 결국 공영방송의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와 함께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권 등에서도 충분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온라인 여론 수렴 정도로 권고안이 도출된 것도 모자라 독립성이 강조되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대통령실의 권고 9일 만에 개정 작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 절차와 관련해 KBS는 정부 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활발한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법리적 문제 등에 대한 검토와 대응을 철저하게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앞서 KBS 김의철 사장도 지난 8일 여의도 KBS 시청자홀에서 기자간담회통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은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제가 사장직을 내려놓겠다”며 “대통령께서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즉각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분리 징수 추진을 철회하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와 KBS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조직해 수신료 징수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와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지난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통위의 일방적인 운영 및 김효재 방통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와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지난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통위의 일방적인 운영 및 김효재 방통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방통위 항의 방문한 민주당

이러한 가운데,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방통위를 방문해 김효재 상임위원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처리 후 위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은 채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위법·부당하다며 반발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승래 의원, 장경태 의원 등은 김 직무대행과 면담 전 성명문을 통해 “김효재 상임위원과 방통위는 새로운 정책 결정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며 “위법·부당한 월권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위원장 직무대행 탄핵 사태를 스스로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경고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가 남은 한상혁 위원장을 강제로 내쫓자마자 김효재 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이는 기존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대행이지 인사 처리나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방통위 공무원 중 최고위직인 사무처장 자리에 감사원 출신을 앉힌 것에 이어 부위원장 호선, 방송심의 제재, 방송법 시행령 등을 상정하며 마음대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또한 위원들은 “현재 한상혁 위원장 면직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논란을 만들면서 무리해서 처리할 이유가 없다”며 “논의가 필요한 안건이 있다면 방통위 정상화 이후에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하면 되는데, 앞선 무리한 운영은 KBS, MBC 방송 장악을 위한 방통위 사전 접수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방통위 비정상적 상황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라며 “부당한 면직으로 위원장 부재 상황을 만들었으며, 국회에서 추천한 최민희 상임위원 후보는 이유 없이 임명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성명서를 낭독하던 과정에서 장 최고위원이 쓰러지며 한바탕 소통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 방통위 정상화와 방통위가 방통위 설치법이 정한 대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공정한 거버넌스를 구성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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