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논의 주체 수요자·전문가 등 확대할 것”
의협 “깊은 분노…논의 중단 검토할 것” 반발
매년 의대 정원 5%씩 늘려야한다는 주장도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에 대해 의료계뿐 아니라 환자 등 수요자, 전문가 등도 함께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대한의사협회가 반발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전날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진행된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올해 하반기에 공급자뿐 아니라 환자 단체와 소비자 단체, 언론계 등 수요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다음 달 안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분과위원회나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는 위원회다.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두고 노동자·소비자·환자단체 등이 추천하는 수요자 대표, 의료단체가 추천하는 공급자대표와 보건의료 전문가, 정부 위원으로 이뤄진다.

조 장관은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보상제도 개편, 근무여건 개선, 의료계가 많이 요구 중인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도 함께 논의하겠다”며 “늦어도 다음 달 말 안에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료계 요청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18년 동안 연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올해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1월 의료현안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정원 확대 등에 대해 현재까지 논의를 이어왔다.

협의체를 구성한 양 측은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해 공감한 바 있다. 

의협 “논의 중단 검토” 반발

조 장관의 논의 주체를 확대하겠다는 발언에 의협은 반발하며 같은 날 논의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지난 9·4 의정합의와 그동안의 ‘의료현안협의체’의 논의과정을 한순간에 수포로 만들어 버린 복지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통해 협의체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의료계와의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의협 역시 향후 진행되고 이뤄질 정부와의 각종 분야의 모든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협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폭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의 붕괴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의료계의 신뢰를 저버린 복지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복지부와 의협은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등의 논의를 재개한다며 지난 2020년 9월 4일 의정합의 결과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했고, 이후 함께 의대 정원 등 다양한 현안 논의를 전개해 온 바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논의를 의사단체와만 협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응급의료센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응급의료센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KDI “의대 정원 5%씩 늘려야”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가 중단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매년 의대 정원을 5%씩 늘리지 않으면 오는 2050년까지 2만명이 넘는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는 전날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인구구조변화 대응을 위한 의사인력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 박사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기반해 필요한 의료수요를 전망했다”며 “그 결과,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에 따라 의료수요는 증가해 오는 2050년 2만2000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추산했다.

이어 “필요한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일정 기간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추계 결과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의대 정원 5% 증원 내용이 담긴 시나리오가 2050년까지 필요 의사 인력 충족에 가장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오는 2050년 이후부터 인구 규모 감소로 인해 의료서비스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므로 향후 의사 인력의 과도한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의대 정원의 추가적 조정이 필요하다”며 “5년마다 수립하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에 의대 정원 조정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같은 포럼에서 고려대 신영석 교수는 지난 2021년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추계에 대해서 “의사 성별과 연령 등 업무량 가중치를 고려한 수급 추계를 살펴보면, 2년 뒤인 오는 2025년에 의사 5516명이 부족하며 2030년 1만4334명, 2035년에 의사 2만7232명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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