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아동보호전문기관 의견, 경·검찰 조사서 사용
비난 여론↑…교사노조 “배신감 커…후원 해지 잇따라”
세이브더칠드런 “책임 통감…대책 마련서 역할 할 것”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국제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정서학대’ 의견을 낸 것이 드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좋은 마음으로 후원했는데 배신감을 느낀다”며 후원 취소를 통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11일 대전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20년 넘게 교직생활을 했던 40대 교사 A씨는 지난 5일 유성구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지난 7일 오후 6시경 끝내 사망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다른 친구를 괴롭히거나 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훈육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학대 여부를 조사한 교육청 장학사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한 세이브더칠드런은 A씨의 행동을 정서학대로 판단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상 학대아동 치료와 사례 관리, 예방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1곳 이상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둬야한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대전시로부터 위탁을 받고 대전 서부(서구·유성구)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 중에 있다.
결국 해당 사건은 경찰로 넘어가게 됐고 이 과정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정서학대 내용이 담긴 의견을 냈다. A씨는 10개월 동안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결론 났다.
그는 올해 근무지를 다른 초등학교로 옮겼으나 줄곧 트라우마(사고후유장애)를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가 진행한 교권침해사례 모집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아동학대조사기관(세이브더칠드런)의 어이없는 결정을 경험했다. 그들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며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했다.
A씨가 사망하면서 해당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후원 취소 문의는 쇄도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실제 취소로도 이어졌다.
교육계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후원을 끊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대전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적은 액수라도 선생님이다 보니 아이들을 위해서 기관에 많이 후원을 했다”며 “더욱이 기관 측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적극 참여하고 협조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후원한 기관이 동료 교사는 물론 자신도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많은 선생님들이 후원을 끊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여러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후원 취소 방법을 공유하거나, 후원하던 단체를 끊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교사는 법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A씨의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차마 헤아릴 수가 없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본보에게 정서학대 의견을 낸 것은 경찰의 요청으로 조사 결과를 제출한 것이며 처벌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이들이 운영 중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 2019년 경찰 측의 아동학대 의심 사례 조사 통보를 받고 약 한 달간 다섯 차례 관련 아동과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아동이 불안 등 증세를 보여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난 2020년 해당 아동의 학부모가 경찰에 고소하면서 A씨 관련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최근 조사 내용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경찰에 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이 기관은 “해당 사안은 현행 아동복지법과 보건복지부 매뉴얼들을 근거로 해 의견을 제출한 것이지, 교사 처벌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라면서도 “아동학대 예방기관인데 결과적으로 피해 교사가 생겨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해 굉장히 신중하고 무겁게 생각하고 다루고 있다”며 “학생과 교사 모두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키는 것이 저희의 지향점이기 때문에, 향후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있어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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