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위원장과 45일 만 면담해…대통령실서 140분
尹 “입장 존중할 것” VS 전공의 측 “의료 미래 없다”
보건의료노조 “정부, 무능해…실질적인 해법 내놔야”

지난달 28일 서울시에 위치한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8일 서울시에 위치한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간 만남이 서로 간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자리로 마무리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환자와 병원노동자 등이 피해를 얻고 있다며 정부에 국민생명을 살리는 실질적 해법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5일 대통령실과 의료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오후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번 면담은 사진과 영상 등 전속 취재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양측의 대면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의료현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지난 2월 19일 이후 45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열고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드러내고, 이튿날에는 대변인실을 통해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 얘기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일 드디어 대통령실과 박 위원장 측의 면담이 성사됐다.

당시 박 위원장은 대전협 의원들에게 윤 대통령과 만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도 지난 2월 20일 발표한 성명서와 요구안 기초에서 달라진 점은 없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대전협의 요구안에는 △필수의료 패키지·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면담이 이뤄진 직후 양측의 발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면담을 마친 뒤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박 위원장에게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다”며 “양측은 전공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의료공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다.

하지만 대통령실 발표 이후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의료계에 혼란을 더했다. 면담에서 박 위원장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백지화 등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힘겹게 성사된 면담이 끝나게 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9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긴급총회가 진행된 서울 모처에서 당시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회동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9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긴급총회가 진행된 서울 모처에서 당시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회동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다만 정부는 앞으로도 전공의 측과 지속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와 전공의는 이제 막 대화의 물꼬를 텄다. 유연하게,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화하겠다”며 정부의 전공의 처우 개선 의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부탁했다.

이 같은 결과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정부를 향해 지금은 입장을 경청할 때가 아니라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진료 정상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했지만 면담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며 “제 때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하루하루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낙담과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들은 이번 면담을 지켜보면서 의료 대재앙 상황을 끝내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이끌어낼 대통령의 지도력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어떤 해법 제시도 없었고, 강 대 강 대치를 끝낼 국면 전환용 카드도 없었다”고 규탄했다.

전공의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는 대통령과의 면담 후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어떤 해법도 내놓지 않은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읽히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전공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전공의들 스스로 환자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를 내팽개친 집단 진료거부 사태를 반성하고 중단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정부와 의사단체를 향해 국민생명을 볼모로 한 치킨게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의사 증원과 의료개혁을 위한 대화가 시작된 만큼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대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국민생명을 살리는 실질적 해법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