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기 확산...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
野 한미동맹 균열·한국 경제 자충수 ‘비판’

국민의힘 당권주자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국토교통부 원희룡 전 장관, 윤상현 의원.[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에 의한 ‘핵무장론’이 여권 내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북한이 연이어 탄도미사일 도발과 오물 풍선을 살포하는데 이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강화되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이 급격히 고조되자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통한 튼튼한 안보관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안보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무장론이 보수 지지층 결집에도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야권에서는 핵 확산 방지를 목표로 하는 미국이 반대, 한미동맹 균열을 감안하면 실현성이 없다는 비판을 내놨다. 특히 핵무장으로 인해 미국에 의한 무역제재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는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카드인 셈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사진출처=뉴시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사진출처=뉴시스]

또 고개든 핵무장론...당권 후보 4인들 ‘설전’

핵무장론이 보수 진영 내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시킨 건 국민의힘 나경원 당 대표 후보였다. 나 후보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며 가장 먼저 핵무장론을 언급했다.

이에 여권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핵무장론에 힘을 실었다.

오 시장은 “5번째 오물 풍선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가 핵을 갖지 않으면 핵 그림자 효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시장은 핵무장을 위한 NPT(핵확산방지조약) 탈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NPT 10조는 자위를 위해 탈퇴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이제는 결단력이 필요할 때”라고 핵무장을 주장했다.

반면, 나 후보를 제외한 당권 경쟁자들은 핵무장에 대해 속도 조절이나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출처=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출처=뉴시스]

한동훈 후보는 페이스북에 “핵전력을 활용한 안보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위상, 직접 핵무장 방식을 택했을 때 예상되는 우리 경제에의 부정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 직접 핵무장이 아니라 한미 핵 동맹을 활용해 안보를 강화하는게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처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핵 무장할 수 있는 잠재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농축재처리기술 확보 등을 통한 핵무장 잠재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홍 시장의 NPT 탈퇴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이 유일하고,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탈퇴해 핵무장 할 경우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고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후보는 핵무장론에 신중한 접근을 주장했다. 원 후보는 “독자적 핵무장 추진이 말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미 양국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우산 강화’ 성과를 얻었다”며 “지금은 핵무장에 앞서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 확보를 통해 대북 핵 억제력을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윤상현 의원. [사진출처=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윤상현 의원. [사진출처=뉴시스]

윤상현 후보도 “지금 당장 핵무장을 하자는 것은 국제적·경제적·외교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며 “한반도 영해 밖에 핵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고 한미간 핵 공유협정을 맺는 것이 대북 확장 억제체계를 갖추는 길이고 사실상 핵무장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나약한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며, 필요 시 자체 핵무장의 준비성을 갖출 것을 재차 주장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 주장에 대해 “이도저도 아닌 듯, 아주 어정쩡하다”며 “그래서는 이 안보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나 후보는 26일에도 “국제사회의 역사는 외부의 위협을 억제할 ‘힘이 있는 국가’만이 생존해 왔다”며 “지금 핵무장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서 강조한 ‘힘에 의한 평화’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나 후보는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 핵무장 3원칙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나 후보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견인해 내겠다”며 “영구히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것이 아닌 북한과의 핵군축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 내고, 평화를 회복하는 핵무장”이라고 덧붙였다. 나 후보는 당 대표 당선 이후 세밀한 정책적 준비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 [사진출처=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 [사진출처=뉴시스]

민주당 “한미동맹·한국 경제 어떻게 되겠나” 맹비판

다만 핵무장론 확산에 따른 군사적 긴장감 고조와 주변국과의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NPT 탈퇴와 자체 핵개발은 보수진영이 강조해 온 ‘한미동맹’도 균열이 일어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러한 문제를 언급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국은 좋든 싫든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제한적인 군사조건을 행사하고 있다”며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사실상 미국에게 있다. 전시작전통제권부터 환수하자고 주장하고, 자체 핵무장론을 말하든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반대하면서 핵무장론을 말하는 것부터 논리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다면 미국의 경제보복이 이어질 텐데, 그러면 대외 의존성이 높은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되겠나”라며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다면, 한미동맹은 또 어떻게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대외 의존성이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를 설명하며 “표 몇 개 얻자고 대한민국 경제를 폭망시킬 위험천만한 주장을 하는 무책임한 말폭탄을 경계해야 한다”며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이때 정치인들의 말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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