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채널을 예·적금 창구와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ELS 등 파생상품이 복잡한 구조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음에도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안전한 상품으로 오인할 여지가 크다는 해석에서다.
이는 올해 초 홍콩 ELS 불완전판매 이슈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여진다. 다만 해당 방안이 판매업무를 맡는 은행직원의 과실과 금융소비자의 무지로의 범위로 축소 해석될 여지는 우려스럽다.
그동안 은행들은 순이익의 90% 이상이 대출이자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해왔다. 실제 지난 라임·옵티머스,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홍콩 ELS 사태까지 2010년 후반에서 2020년 초반 사이에 해당 고위험 상품 판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판매 직원 입장에선 원금 보장 상품에 비해 수수료가 높아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매력적이라는 판매 동인도 존재하겠지만 실제 직원들은 실적 압박에 대한 중압감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이슈가 된 상품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판매됐는데 당시 프라이빗뱅커(PB)를 포함한 영업점 판매 창구 직원들은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회사 차원에서의 압박이 컸다”고 털어놨다.
실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기관인 금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중은행에 근무 중 고위험 상품을 판매했던 직원들을 심층 면접한 결과 은행권 직원들은 단체 대화방 등에서 상사로부터 판매실적을 강요당하고 실적에 따른 줄 세우기 문화도 존재하는 등 실적 압박을 키우는 사내 분위기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홍콩 ELS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직원은 “현장 실무자들이 위험 경고를 여러 차례 사측에 전달했음에도 신탁부에서 강행했다”면서 지배구조 상 내부통제제도가 유명무실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은행 측은 직원을 잘 감시하지 못해 불완전판매 같은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향후 내부 단속을 잘하겠다는 스텐스였다. 그러나 비이자이익 강화를 위한 사내 분위기와 지나친 실적주의 문화가 빚어낸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은행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치환될 수 없는 은행의 시장 지위와 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문제다.
국정감사 시즌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매년 금융권 내부통제 미흡이 도마 위로 올라왔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논의 되고 조치가 시행됐는지는 무척 회의적이다. 그동안 드러난 문제만을 단편적으로 시정하는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내부통제 부실 이슈가 끊임없이 나오는지도 모른다. 은행들의 근본적인 내부통제 문제가 문제의식조차 하지 못할 만큼 굳어진 잘못된 관행과 문화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보다 본질에 가까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