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모두 주택 문제 때문에 인하 폭 등 놓고 고심 구도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0개월래 처음으로 2%대로 내려앉으면서 9월 피벗(통화정책의 전환)에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필요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다만 미국과 한국 모두 주택 가격 관련 영향을 일정 부분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14일 미국 노동통계국은 7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CPI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에 2.6%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빼고 파악하는 근원 CPI도 안정적이다. 근원 CPI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전월 대비 0.2% 오른 것으로 집계되는 등 전문가 전망치에 범위안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물가 상승 기류가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게 되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피벗에 다가설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CPI 지표와 관련, “인플레이션 상황이 험난한 시기를 거친 끝에 환영받을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즉 인플레이션 둔화세에 쐐기가 박힌 가운데, 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해석이 제기된 것.
오는 9월 17일, 18일 개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그 인하 폭은 0.5%포인트의 이른바 빅컷이 아닌 0.25%포인트 조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CPI에 대한 반응을 소개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퇴조에 따라 9월 0.25% 포인트 인하 쪽으로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켓워치의 경우도 Fed 앨런 블라인더 전 부의장이 0.25%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Fed의 피벗이 이뤄지지만 그 폭에 다소 제한 가능성이 걸린 것은 주거 물가 상승세가 아직 필요한 수준만큼 둔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물가에서 주거비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 CPI 뚜껑을 열어본 결과, 주거비는 전체 물가 상승의 90%를 주도했다. 올 하반기 들어 주거비 상승 둔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색해지면서, 피벗은 확실시되고 있음에도 그 폭은 제한되지 않겠느냐는 꼬리표가 붙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CPI 국면은 우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판단에 부동산 가격 문제 즉 주택 과열을 상당 부분 참고할 전망이다.
고금리가 너무 오래 이어져 소비에 악영향을 주고 경제성장률 등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 역시 금리 인하를 빨리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0.1%포인트 낮춰 2.5%로 수정한 바 있다. KDI는 고금리 장기화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여당과 정부 일각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한국은행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 등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수도권 부동산,가계부채 움직임 등 위험 요인이 많다"고 부연했다.
금융통화위원들도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한 것으로 회의 기록에 나타나고 있다. 한 위원은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난다면 한국은행의 판단에도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상황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가닥을 잡고 움직이는 기본 전제는 충족이 됐다는 것이다. 집값과 가계부채 상황 등을 고려해 10월이나 11월쯤 금리 인하에 나서는 종합적 판단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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