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데이터과학자 출신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쓴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는 스탠퍼드와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진이 수행한 데이트에 관한 흥미로운 데이터 연구가 소개된다. 연구진은 데이트 참여자들의 대화를 녹음해 이들이 어떻게 서로에 관한 관심의 신호를 주고받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호감 표현에 있어 웃음의 횟수와 어조의 변화 등 새롭지 않은 내용도 있지만 밑줄을 그어 새길만한 부분이 있다. 그중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두 번째 데이트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데이트에서 남성이 여성의 입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말은 ‘나는’이었던 셈이다.
후속작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전자책 뷰어 아마존 킨들을 통해 자신의 책에서 밑줄이 많이 그어진 부분을 살폈다. 그 결과는 킨들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의 결론과 동일했다. ‘당신’(you)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에 밑줄이 그어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두 이야기가 전해주는 가장 간결한 교훈은 본인이 호감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나’에 관한 이야기를 얼마나 하는지에 있고,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대화의 초점을 상대에 맞추는 데 있다는 점이다.
1936년 출간돼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도 사실상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한다. 카네기는 누구나 중요한 사람이 되고픈 욕망이 있기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을 인간관계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썼다. 그의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을 꼽으라면 “누구나 중요한 사람이 되고픈 욕망이 있다”일 것이다.
그러니 상대의 소중한 자존심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해 이야기를 듣는 데 소홀하다면 인기 있는 사람이 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화 상대의 말허리를 자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대화할수록 상대와는 점점 멀어질 뿐이다. 이별하면서 “너 때문이 아니야”, “나 때문이야”라는 말은 생각처럼 멋있지도 않고 굳이 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모든 인간관계의 악보가 단 하나의 방식으로 연주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은 성급한 마음을 잠시 억누르고 ‘너는’ 혹은 ‘당신은’으로 대화를 시작한다면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상대는 당신이나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진심에 귀 기울여 호응해 주고 커다란 미소를 보내오는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주 이름을 불러주면 더 좋을 것이다. 상대방의 이름은 그에게 있어 어떤 말보다 달콤하고 중요한 말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