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로보틱스 합병, ‘주주권익’ 피해 논란
“포괄적 주식 교환 철회해도 오너는 이익”
주주 보호 위한 국회 법안 발의 잇달아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문제가 주주권익 문제로 확대되면서 두산 박정원 회장 등 경영진 국정감사 소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두산그룹이 두 회사의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은 철회했지만 오너일가 이익을 위한 합병이라는 의혹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는 두산그룹 경영진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여부를 리스트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다. 같은 상임위 다른 의원실 역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에 따른 주주권익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주요하게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한 후 두 회사를 합병한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안이 제시됐는데, 시가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로 산정해 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두산로보틱스 시가총액은 지난해 10월 상장 직후 1조6853억원에서 이달 24일 기준 4조2198억원으로 2.5배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로봇 산업에 대한 테마주 고평가 영향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 두산로보틱스는 2021년 –70억원, 2022년 –132억원, 2023년 –191억원의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소형 건설기계 계열사 두산밥캣은 지난해 기준 매출 9조758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하며 두산그룹의 확고한 캐시 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 이상목 대표는 지난 8월 입장문을 통해 “(합병은)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빼앗는 수탈행위이자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며 “극도로 저평가된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했기에 당사자인 밥캣 주주는 물론이고 모회사인 에너빌리티 주주에게도 심각한 재산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이어 금감원 역시 두 차례 걸쳐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두산은 결국 지난 8월 29일 포괄적 주식 교환을 철회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포괄적 주식 교환 없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은 유지되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알짜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길 경우 밥캣의 배당수익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에너빌리티의 부채비율도 상승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한 오너일가의 이익은 포괄적 주식 교환 없이도 유지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미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투자금 확보를 위해선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알짜 기업과 합병하면 지분 희석 없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두산밥캣이 로보틱스와 합병하면 ㈜두산으로 이어지는 배당 경로도 축소할 수 있어 오너일가에겐 이익이 된다.
이와 관련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68%를 갖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면 지분이 희석되는데 아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또 밥캣이 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을 때는, 밥캣의 배당이 박정원 회장에게 가는데 세 번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합병을 통해 직접 자회사로 만들면 배당액을 늘리고 세금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주권익과 관련한 논란은 두산그룹의 사례로 집중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 E&S 역시 합병비율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자산가치와 기준시가 중 시가로 합병가액을 선택한 반면,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로 기업가치를 산출하면서 논란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이 전체 순자산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만큼, 일반 주주에게는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실제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 대 1.2로 결정됐는데 동일한 기준인 자산가치로 산정했다면 1 대 0.55가 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지분 6.21%를 보유한 국민연금 역시 두 회사의 합병을 두고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나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해 주주권익이 침해될 수 있는 합병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회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활동이 분주하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지난달 주주권익 보호 및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불공정한 합병비율 등으로 주주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중단을 청구할 수 있는 ‘합병유지청구권’을 담고 있으며, 주주가 합병비율 적정성 조사를 위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김현정 의원은 두산 사태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소위 ‘두산밥캣 방지법’이라 불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7월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SK와 두산의 사태처럼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결정할 경우 현행법을 악용해 주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김현정 의원실 관계자는 “주주권익 문제는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다. 두산 논란을 계기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가 돼 더 조명이 된 것 같다”라며 “SK나 과거 삼성물산은 물론, 최근 두산밥캣까지 지배주주 중심 불공정 쪼개기나 합병 등의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를 이달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괄적 주식 교환은 철회했지만) 결국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가는 본질적인 문제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본다. 두산은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만 얘기하지만 결국 두산밥캣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국감에서는 두산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살펴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 같은 합병 논란과 관련해 “여러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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