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내향형...日 여행으로 전환점 맞아
근래 고민...‘삶에 정답 있다는 사회적 시선’
“서로의 길 묵묵히 응원하는 문화 생겨야”
“청년, 자책 말고 스스로에 박수 보내주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불확실한 미래에도 확고한 꿈을 가진 이 시대 청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연재 코너 ‘이달의 청년’의 열한 번째 인물, 청년 박희근의 얘기를 들어봤다.
먼저 나서서 행동할 때 비로소 삶이 다채로워진다는 삶의 채색 공식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확신의 내향형’을 벗어나기로 했다. 먼저 손을 내밀자 소중한 이들이 하나둘씩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그렇게 함께가 됐다.
소박하지만 요즘 청년에게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단란한 가정 만들기가 일생 목표. 언뜻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목표를 가졌음에도 그는 모든 삶에 정답이란 없으며 올바른 시기 또한 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같이 각자의 삶과 각자의 고민, 각자의 자리를 존중하는 태도로부터 그가 추구하는 진정한 ‘함께’의 가치를 알 수 있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나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고자 하는 만 23살 박희근이다. 현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으로, 이번 학기에는 다양한 경험과 성장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고, 청년 플러스 서포터즈 3기로 참여하고 있다. 교육청 아르바이트와 자격증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학업과 활동을 조화롭게 이어가며 바쁘지만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하고 있다.
Q.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뒤늦게서야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은 삶의 여정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매년 학급회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활발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부터 자연스레 도서관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공부에 더 몰두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업에만 집중하면서 인간관계에는 다소 무관심한 시간을 보냈다.
목표하던 대학교에 진학하며 노력의 결실을 얻었지만, 정작 20살이 돼 주변을 돌아보니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활동이 단절되면서 공허함을 깊이 느꼈고, 그제야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챙기기 시작했다.
군 복무 중 내가 챙겨주었던 사람들이 내게 큰 힘이 돼 주는 경험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그 이후로 가까운 사람부터 챙기기 시작해, 요즘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람과 관계 맺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Q. 삶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삶에서 여러 인상 깊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가장 최근 나에게 큰 변화를 준 오사카 여행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싶다. 평소에 나는 MBTI 검사에서 확신의 내향형이 나오는 성격인데, 올해 초 겨울 방학에 떠난 오사카 여행에서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여행 마지막 날, 아무런 계기도 이유도 없이 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길을 지나가던 일본인 학생들에게 말을 걸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상황이 웃기기도 했고, 일본인 친구들이 나를 친절하게 맞아 줘 그 순간이 여행에서 가장 강렬한,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먼저 나서서 행동할 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삶이 훨씬 다채로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 경험을 계기로 조금씩 외향적으로 스스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교내 동아리 활동에만 참여했지만, 이후로는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대외활동과 연합동아리에 참가하며 더 풍부한 사회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Q.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현재 활동 중인 연합 발표 동아리에서 준비하고 있는 발표 대회다. 제6회 청년 플러스 포럼에서 기조 발표자로 무대에 서며 대중들 앞에 서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더 다양한 이야기와 주제로 발표하는 경험을 쌓고 싶어 발표 동아리에 가입했고, 곧 동아리를 대표해 발표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학업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한 다소 딱딱한 발표가 대부분이었다. ‘향’을 주제로 하는 이번 발표는 연극처럼 화려하게 구성할 계획이라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약간은 막막하고,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동아리 대표로 출전하는 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Q. 앞으로 이것은 꼭 해보고 싶다, 버킷리스트 1순위는.
버킷리스트 1순위는 ’3대가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다리를 다치셔서, 내가 기억하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은 항상 좌식 생활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외할아버지와 가까운 곳조차 함께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이 사실이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에 어렸을 때부터 3대가 함께하는 여행이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았다. 좋은 친구와 떠나는 여행도 즐겁지만, 사랑하는 부모님, 배우자,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하곤 한다. 꼭 40대가 되기 전에 이 소중한 여행을 이루고 싶다.
Q.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지닌 고민이 있다면.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삶에 정답이 있는 듯한 사회적 시선이다. 최근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너는 인턴 안 나가?”라는 질문이다. 마치 경영학과 3학년인 내가 인턴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이 담겨 있다.
우리 사회는 몇 학년 때 인턴을 하고, 몇 살에 취업해 몇 살에 결혼하고,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식으로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인생의 속도와 방향에 있어 사회적 기준이 존재하는 것 같고, 그 기준을 제때 달성하지 못하면 뒤처진 삶, 부족한 삶으로 평가받기 일쑤인 것 같다.
하지만 각자의 삶의 방향과 속도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의 시선에는 느린 삶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사람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속도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서로의 길을 묵묵히 응원해 주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
Q.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면.
10년 후 나의 모습은 앞선 버킷리스트와 연결된다. 그때쯤에는 결혼하고 자녀도 낳고 싶다. 10년 후 나는 사랑하는 배우자와 함께 아침마다 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저녁엔 함께 식사하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하고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방향은 직업적 성공이나 사회적 인정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다. 지금도 이를 이루기 위해 현재의 선택과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나만의 성취도 이루고 싶지만, 가족을 내 삶의 중심 삼고 싶다. 단순히 성공을 쫓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의 삶에서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나날을 쌓아가길 바란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이 나에게 가장 큰 성공이자 행복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Q.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모두의 인생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각자의 고민과 무게를 짊어지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삶의 무게를 견디며 한 발짝씩 나아가는 모든 청년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각자가 선택한 길 위에서 크고 작은 고됨을 견디며 나아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만 말고, 힘들 때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도 박수를 보내길 바란다. 우리 청년들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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