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과 생리학 융합해 질병 진단·치료법 연구하는 위인 되고파
정부서 R&D 예산 삭감해 연구실 사라졌다는 소식에 불안감 느껴
기성세대, 여유롭고 행복한 매일 보내고 세대 소통으로 이어지길
세계 어디에서든 더 나은 세상 만들기 위한 노력 계속 해나갈 것
꿈 천천히 찾아도 괜찮아…더 정성들여 세공한 보석이 더 아름다워

’이달의 청년‘ 김태은. [사진제공=본인]
’이달의 청년‘ 김태은. [사진제공=본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불확실한 미래에도 꿈만은 확실하다. 이 시대 청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획연재 코너 ’이달의 청년‘의 여섯 번째 인물, 청년 김태은을 만나봤다.

동물을 좋아하던 따뜻한 마음을 생명을 살리고 싶은 꿈으로 발전시킨 청년 김태은은 현재 질병 진단의 정확도와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연구직을 희망하고 있다. 최근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실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 그는 자국에 몸담는 애국심과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 진출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여유롭고 행복한 삶의 진가를 믿으며, 그것이 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우리 스스로를 아름다운 보석으로 가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더 정성 들여 세공한 보석이 더 아름답게 빛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만 20살 김태은이다. 현재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며, 현재 K-BioX라고 하는 비영리 학술단체에서 운영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뇌과학과 생리학의 융합을 기반으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진단 및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을 가지고 있다. ‘직접 경험해보고 이야기하자’가 좌우명이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셨다. 풍족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아이들에게 과분한 것을 가르친다고 손가락질하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막으시며 저와 제 동생을 사랑으로 길러주신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스스로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부모님,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을 만나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또, 사랑과 배려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셨던 조은정 선생님, 아직 공부가 서투른 초등학교 때 교과별 필기 노트 작성법을 알려주셨던 김인경 선생님, 입시 공부에 지쳐 눈물이 날 때면 항상 토닥여 주셨던 김희민 선생님, 온 열정을 다해 수업 자료를 만들어 주시고 가르쳐주신 최주희 선생님 등 지식과 지혜 그리고 사랑을 알려주신 모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열정적으로 질문하던 중학교 친구들, 창문을 잘못 열어두어서 벌레가 가득해진 방에서 함께 밤을 새우며 발표 준비를 했던 고등학교 영재 캠프 친구들, 안테암불로의 정신으로 함께 행사를 준비했던 K-BioX 운영진분들. 진정한 학구열과 의지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201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리처드 헨더슨 박사(우측)와 ’이달의 청년‘ 김태은(좌측). [사진제공=본인]
201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리처드 헨더슨 박사(우측)와 ’이달의 청년‘ 김태은(좌측). [사진제공=본인]

학창 시절이 인상 깊다. 꿈을 찾아온 과정을 설명하자면.

동물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은 생명과학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특히 생명과학과 수학을 좋아했다. 우리의 몸이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너무나 흥미로웠고 생물들을 특징별로 분류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학 시간에는 앞 칠판에서 직접 풀이를 쓰며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생명과학 선생님, 또는 생물학 교수로 꿈이 이어졌다. 그러나 너무나 빠르게 바뀌는 사회의 모습을 보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느꼈고 이에 대해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현재 재학 중인 생명공학부에 진학하게 됐다.

대학생이 된 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면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학년 때는 각종 동아리와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또래 코치라는 상담 교육 프로그램도 이수했으며, 첫 대외 활동으로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서포터즈 1기에 참여했다. 2학년 때에는 감사하게도 학부 부학생회장으로서 학생회 분들과 함께 학부 학우분들을 위해 일할 수 있었다.

질병의 조기 진단이 이루어질수록 생존율과 완치율이 높아지기에 검진비의 부담으로 인해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 오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함께하고 싶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AI와 컴퓨터 언어, 그리고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컴퓨터 언어와 담을 쌓았던 사람인데 대학교에 들어오고 난 뒤로 컴퓨터 언어를 아는 것의 메리트를 크게 느끼고 공부하는 중이다. 그동안 접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실수도 많이 하고 이해에 어려움을 겪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라는 일론 머스크 SpaceX 최고 경영자의 말씀을 떠올리며 나만의 우주선이 언젠가 넓은 우주를 비행할 그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이달의 청년‘ 김태은. [사진제공=본인]
’이달의 청년‘ 김태은. [사진제공=본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지닌 고민이 있다면.

기술 발달과 더불어 정부의 입김이 직업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최근에 느껴 이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 로봇이 막 등장했을 시점에 사람들은 그들이 블루칼라의 직종을 대체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AI가 등장한 최근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AI가 화이트칼라를 먼저 대체할 것이라고 의견이 바뀌었다.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현재 희망하는 직업이 10년 뒤에도 존재할지, 아니면 AI에 의해서 대체가 될 것인지 불안한 와중에 정부에서 R&D 예산을 삭감하며 연구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학부 연구생을 하며 심심치 않게 접했다.

타국을 경험하고 오신 분들께서 우리나라의 연구직에 대한 대우와 연구시설이 좋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고 전해주시는 말씀과 하나둘 타국으로 떠나시는 주변 분들을 보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국에 남아있어야 할지, 내 역량을 펼치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타국으로 가야 할지 대한민국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수록 더 고민이 되는 것 같다.

최근 읽은 책은 무엇인가.

바이오 사업에 관한 토론에 참여하며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신약 개발 개념입증(PoC)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책을 함께 읽는 중이다.

이 책을 통해 바이오산업의 동향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고 있다. 학교에서 학부 연구생만을 하다 보니 산업 분야에서는 어떤 사업이 가능할지 궁금했는데 위 책을 읽으면서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루닛 등 진단 분야 사업을 하는 기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타깃에 대한 연구가 이중항체 등 신약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해 앞으로도 차근차근 읽으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도서를 후원해 주신 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달의 청년‘ 김태은. [사진제공=본인]
’이달의 청년‘ 김태은. [사진제공=본인]

기성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기성세대분들께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그동안 열심히 살아오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청년세대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은 기성세대분들이 오랜 세월 동안 열심히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그간의 수고를 조금 내려놓으시고, 경치 좋은 곳에서 힐링도 하시고, 좋아하시는 취미를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유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이러한 여유로움이 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로 이어져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것은 꼭 해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 1순위는.

그림이 걸린 마당 있는 집을 장만하고 싶다.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을 정말 좋아한다. 이들 작가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 나중에 땅을 사서 마당이 있는 집을 짓고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휴식을 취할 때 그림을 보며 힐링하고 싶다. 마당에는 꽃과 채소를 가꾸고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면서 함께 뛰어놀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이달의 청년‘ 김태은 ⓒ투데이신문
’이달의 청년‘ 김태은. ⓒ투데이신문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면.

박사를 따고 미국에서 뇌과학 및 생리학 관련 분야로 포닥을 하고 있거나 한국 진단 관련 기업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 있을지 미국에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살아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어도, 미국에서 살고 있어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 같다.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고 질병이 있다면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관리하며 오래오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하루 잘 산 나 자신을 토닥여 주고 칭찬해 주길 바란다.

현대 한국 사회는 칭찬에 참 각박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돈이 최고라는 것을 강요받는 사회, 심성이 착하면 이용당하는 사회, 윤리의식보다 성적이 중요한 사회,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위로 올라가야 하는 사회에서 사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칭찬하기도, 칭찬을 받기도 참 어려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꼭 타인에게 받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고 칭찬해 줄 때 비로소 나만의 빛깔로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원석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우리 차근차근 스스로를 아름다운 보석으로 가꿔보자. 꿈은 천천히 찾아가도 괜찮다. 더 정성 들여 세공한 보석이 더 아름답게 빛나는 법이기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